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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경 작가, 겹겹이 쌓인 내공 “마음의 위로 됐으면”

미술계 불황에도 컬렉터 사랑받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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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3-304호 김대희⁄ 2012.12.10 11:06:42

사진일까? 컴퓨터 그래픽일까? 아니면 캔버스에 스티커를 붙인 작품은 아닐까? 모두 정답이 아니다. 순수하게 아크릴로 그린 회화 작품이다. 더욱이 경기침체와 미술시장 불황에도 아랑곳 않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만난 전인경 작가는 고뇌와 번뇌를 다양한 도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작가의 맑고 활기찬 모습 때문인지, 작품에서도 밝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대학시절부터 우주나 미생물 등 본질을 찾는데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는 본질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그러던 중 우주에 아름다운 색이 많은 걸 알았고 모든 것들이 원형으로 구성되고 이뤄졌다는 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잠시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공백기를 지나 다시 작업을 시작할 즈음 우연한 기회에 인간문화재 만봉 스님을 만나 그의 문하생으로 4년을 보내게 됐다. “마음이 복잡한 시절 우연히 찾은 절에서 문하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걸 봤어요. 나이 많으신 스님들도 한결같이 매일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만봉 스님의 문화생으로 들어갔고 선작업을 했어요. 항상 선연습을 했고 오방색을 다뤘어요. 원색적이고 한국적인 전통의 색이죠. 만봉 스님이 제 그림의 밑바탕을 알려주신 분이죠. 스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이제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했고 준비해서 2008년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그리고 이번이 4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죠.”

그녀의 작품은 원과 선 그리고 연꽃 등 그곳에서의 배움이 묻어나왔다. 전형적인 불교 만다라 도상에 접하면서 자신이 본질을 찾고, 마음의 중심을 찾으며 이런 부분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점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만다라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만봉 스님의 문화생으로 불교를 접하고 매료됐지만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다. 특히 현직에 있는 동안 전시 서문을 쓰지 않는다던 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이 그녀의 서문을 직접 작성하는 열의를 보일 만큼 각별한 사이이기도 하다. 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은 “시류(時流)를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좋은 작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고 그래서 기쁜 법이다. 현직에 있는 동안 전시 서문을 쓰지 않기로 한 결심을 이번에 어렵게 꺾는 이유는, 도대체 당대의 시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과, 그 시류에 초연하게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면면들을 찾아내는 것도 내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들 중 하나가 담아(譚峨) 전인경이다”라고 서문을 시작했다.

또한 “담아 전인경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 그림이 다시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준다고 술회한다. 그에게 그림은 ‘침묵의 선생님’인 것이다.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힘들어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 평화를 얻고 그 속으로 차분하게 침잠하곤 한다. 도상과의 씨름은 한결같이 기쁨과 행복감, 가르침을 준다는 그는 천생 화가다”라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카프라가 드러낸 대로 수백년 전 인도의 예술가가 우주적 무도를 춤추는 시바의 조각상으로 만들어내었고, 당대의 물리학자들이 현대 물리학으로 우주적 무도의 모형들을 묘사했다면, 전인경은 색과 도형의 전일적 풍류장으로 우주적 통일성, 상호연관성, 그리고 역동성을 현대적 만다라로 가시화한다. 그 독특한 역동성으로 특징 지워지는 담아(譚峨) 전인경의 만다라적 도상은 -이제 접미사 ‘적(的)’을 떼고- 과연 담아 스타일의 ‘만다라’이며, ‘오늘 여기’ 버전의 ‘시바의 춤’ 상(像)이라고 하겠다. 그의 미술세계에서 끝없는 변역(變易)과 발전을 기대한다”고 글을 마쳤다.

그녀의 최근 작품들은 선이나 연꽃은 많이 사라지고 원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점점 단순하면서도 심플해졌다고 한다. 작품의 대부분은 원이 중심이다. 모든 사물이 원에서 쪼개지거나 원에서 나온다고 그녀는 얘기했다. 작업은 밑바탕부터 겹겹이 쌓아올려 색을 만들기에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원 하나에 들어가는 색도 7~8번 덧칠한다. 때문에 인내심과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일례로 어떤 작품은 하나를 만드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으로 아픔이 치유되고 힘든 것들도 극복되듯이 작품을 통해 위안과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그녀의 개인전은 11월 14일부터 12월 11일까지 ‘빛의 질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아라아트에서 열린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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