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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부부간 일상 가사 채무와 재산분할 이야기

부인의 빚 남편이 책임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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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0호 박현준⁄ 2013.08.19 14:40:31

우리 민법상 부부의 재산은 ‘부부별산제(夫婦別産制)’라 하여 각자의 명의로 된 재산은 각자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결혼 전에 취득한 고유재산과 혼인 중에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그 명의자의 단독재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부부 중 누구의 소유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합니다(민법 제830조). 남편이 사업을 하다 망해도, 채권자들이 부인에게 채무의 변제를 요구하거나 부인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일부러 남편이 재산을 부인에게 빼돌린 경우에는 채권자 취소권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간 재산을 철저히 별개로 취급하면, 부부의 모든 재산상 법률행위를 각자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지간에는 일상가사(日常家事)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습니다(민법 제827조 제1항). 여기서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는 부부가 공동생활 하는데 보통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의 식료·의류·가정용품 등의 구입, 주거용 건물의 임차, 양육·교육에 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 등은 일상가사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일상 가사에 속하는 지는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합니다. 민법은 제832조에서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제3자에 대하여 다른 일방의 책임 없음을 명시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상가사와 관련해서 채무를 진 경우 부부가 연대(連帶)하여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부인이 생활비가 부족해 급하게 돈을 빌린 경우, 일상가사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부부는 함께(정확히는 연대하여) 돈을 갚아야 합니다. 만약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자 돈을 빌리면서 부인 몰래 부인의 도장으로 보증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나중에 남편이 돈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는 부인에게 보증 채무를 이행하라고 청구를 합니다. 부인은 남편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할까요? 부인이 남편의 사업자금 대출에 보증을 하는 것은 일단 일상가사의 범위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 부인이 보증인으로서 돈을 갚아야 하는지는 다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권자와 남편이 보증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상황과 채권자가 남편이 부인 몰래 도장을 가지고 와서 보증인을 세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것을 표현대리의 이론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법률이론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부부간의 채무의 문제는 부부 관계가 잘 지속될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할 경우에 양 쪽의 채무와 관련하여 법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대법원은 “재산보다 빚이 많은 부부가 이혼할 때 채무에 대한 재산분할”과 관련된 판결을 했습니다. 이 판결은 인터넷 언론은 물론 공중파 9시 뉴스에 까지 등장할 정도로 조명을 받았습니다. 결혼생활 중 생긴 재산을 나눠 갖는 것처럼 빚도 나눠 갚을 수 있다는 취지여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2001년에 결혼한 부부인데, 남편은 결혼 후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사회활동을 하였고, 부인은 개인과외 교습을 하면서 가정경제를 전담하는 이외에 대출을 받는 등으로 남편의 활동비, 선거비용 등을 뒷받침하여 왔습니다. 결혼 생활 중 부인은 남편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혼을 생각했으나, 마음을 바꾸어 다시 남편을 뒷바라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남편은 부인에 대하여 많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고, 부적절한 언행 등을 하여 부부는 많이 다투게 됩니다. 결국 이 부부는 이혼 소송까지 하게 되었는데, 재판을 마칠 당시(법률적으로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라는 용어를 씁니다), 남편의 재산은 570만원과 채무 350만원이 있었고, 부인은 1억 8500만 원의 재산과 채무 2억 2700만 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결혼생활 중에 생긴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활동을 뒷바라지 하느라 빚을 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편이 대부분의 채무를 책임지고 갚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2심 재판부는 결혼생활 파경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재산분할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부부의 총재산 중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경우)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래의 판결대로라면, 부인은 이혼 후에도 채무 2억 2천 7백만 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부부공동생활을 위해 진 채무를 혼자 떠안게 되는 반면, 채무 발생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남편은 전혀 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어 일반인의 상식에 반한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가 부부 공동의 순자산이 플러스(+)인 경우에만 재산분할을 허용했던 이유는, 부부 공동의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청산할 재산이 없다는 점과 채권자인 제3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쉽게 말하면 한쪽 당사자의 재력과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부부가 이혼한다는 문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모든 재판관이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때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다수의 견해에 따라 판례를 변경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도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원합의체가 열렸습니다. 이때 대법원은 대법관의 다수 의견으로 “부부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은 경우에도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산분할을 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단지 부부의 재산이 채무보다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후에도 부부 중 한쪽이 빚을 모두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와 양성평등에 반한다.”며 “이번 판결은 부부의 양성평등과 실질적인 공평을 지향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부인이 가지고 있던 거액의 채무를 부인과 남편이 같은 비율로 분할해서 갚아야 할까요? 일률적으로 채무를 분할해서 갚게 하면, 부인의 신용을 믿고 빌려준 채권자는 크나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채무의 분담에 관하여는 채무의 발생경위 및 액수, 지출내역 등 당해 채무와 관련된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형평에 맞도록 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의 경우 부인이 돈을 빌리는 상황이 남편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잘 알고 있었는지도 채무를 분할할 때 고려대상이 될 것입니다. 부부의 채권채무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문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남편이 부인 명의로 사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남편이 신용불량자라든지 기존의 사업 실패를 이유로 부인을 내세워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는 부인을 법인이나 사업체의 대표이사로 앉혀 놓고, 남편은 자신이 회사의 사장이라고 칭하고 다니며 각종 계약을 남발합니다. 이 경우 남편의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돈을 빌려준 경우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남편과 한 계약이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 받은 대출에 대해 부인에게 갚으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실제로 계약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돈을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청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가능하더라도 실제로는 상당기간 소송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계약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계약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계약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법인인 경우 법인과의 계약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법인이 충분한 재력이 있는지, 법인의 대표자와 이사는 누구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부부간의 재산관계에 대한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정에 끌려서 혹은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실수로 체결한 계약은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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