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순 건강 칼럼]미소천사 객실승무원, 기내에선 안전지킴이
응급환자 구하는데 큰 역할, 영국항공은 응급환자 약 70% 처치
최근 인천공항을 이륙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응급환자가 기내에 탑승한 의사와 객실승무원의 헌신적인 조치로 생명을 구한 일이 화제가 됐다.
객실승무원은 항공기에 탑승해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안전업무를 수행한다. 멋진 유니폼에 아름다운 미소로 승객을 대하는 객실승무원은 기내 서비스가 주 업무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안전에 관한 지식은 객실승무원에게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힘든 교육과정을 매년 받아야 한다.
객실승무원의 역사는 민간항공사와 같이 시작됐다. 최초의 여성 객실승무원은 엘렌처치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1930년, 보잉항공사(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전신)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결과, 조종사가 아닌 객실승무원으로 한시적으로 일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간호사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로 승객들로부터 여승무원에 대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이 계기가 돼 미국 항공사들은 앞 다퉈 여승무원을 채용했다.
뒤이어 프랑스의 파아망 항공사(에어 프랑스 전신), 스위스 항공, KLM항공사 등 유럽에서도 여승무원을 본격적으로 채용했다. 그 전까지 객실승무원은 모두 스튜어드로 불리던 남성들이었다. 초창기의 여승무원들은 전직 간호사가 많았다. 간호사들의 따뜻한 미소와 승객을 배려하는 친절한 서비스 정신과 성실함, 게다가 기내 응급환자가 있을 때 전문성까지 더하니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여승무원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초창기 여승무원의 선발자격은 지금과 달리 가벼운 체중과 신장 162cm 이하였다. 그 당시에는 항공기가 크지도 않고 높이도 낮으니 당연히 중량을 줄이고 기내 서비스에 문제되지 않는 신체조건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가 점차 대형화되고 장거리 구간 운항이 많아지면서 철저한 직업의식과 건강한 신체, 튼튼한 체력이 요구되고 승객과 소통이 되는 외국어 구사능력이 필수가 됐다. 아울러 글로벌 매너와 승객이나 동료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등도 객실승무원이 지녀야 할 기본 자격이 됐다.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했던 항공기 사고에서 보았듯이 응급상황에서 객실승무원의 적극적인 대처는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객실승무원은 비상시 승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탈출시키고, 평상시에는 기내 안전과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지만 응급환자가 발생되면 일차적으로 환자를 돌보게 된다.
기내에는 가벼운 두통부터 심지어는 사망하는 승객까지 다양한 응급환자가 발생한다. 이런 응급상황에 대비해 객실승무원은 기내에 비치된 여러 구급용구를 이용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항공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에 따라 교육 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객실승무원을 교육한다. 이 교육과정에는 기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화상이나 주요 질병에 대한 응급처치법 뿐 아니라 심폐소생술, AED(자동심실제세동기) 사용법, 산소 사용법, 구급함에 담긴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과 함께 혈압측정법도 숙지한다.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이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일화로 객실승무원의 수준 높은 교육과정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7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 옆에 사고를 당한 아시아나항공 OZ214편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환자승객들은 가벼운 외상이나 경미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없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영국항공의 경우 응급환자의 약 70%가 의료인 도움 없이 객실승무원의 응급처치로 건강상태가 호전됐다고 했다.
그러나 중환자가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승객 중에 의사가 있는지 기내방송으로 닥터콜(Doctor call)을 한다. 아주 유능한 의료진도 기내에 준비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들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라 생소해 하기도 한다.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구급함에 담긴 의약품과 의료기기들을 신속하게 준비하고 의료진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모두 객실승무원의 역할 중 하나다.
기내방송을 통해 응급환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의료진을 찾을 때 도움을 주는 의사들이 많지만 경우에 따라 전적으로 객실승무원이 응급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의료진이 없거나 의료진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추가로 의학적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응급의료시스템을 이용해 지상의 응급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 한복순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정리 = 이성호 기자)
한복순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