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야권통합 대변인 연달아 맡은 기자출신 ‘통합’ 전문 대변인
“언론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정권, 언론의 존재이유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진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 저의 정치입문 꿈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다. 언론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서 길들일 수 있지만 바른 언론을 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길들일 수는 없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MBC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한 정치부기자, 일본 도쿄특파원, 그리고 보도국장, 뉴스앵커 등 소위 ‘잘나가는’ 기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의 정치입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2012년 11월 6일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끝나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과 함께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서 브리핑에 나선 바 있다.
그리고 1년 5개월 뒤인 2014년 3월 2일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간의 통합신당을 결의하자 이번에도 박 대변인이 안 위원장 측 금태섭 대변인과 함께 나선 것이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박 대변인을 야권 통합이나 대선후보 단일화 등 굵직한 이슈마다 단골로 언론대응을 도맡아 하는 ‘통합전문 대변인’이라는 별칭을 달고 있다.
이와 같이 박 대변인이 요소에 등장하는 비결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그의 오랜 언론경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을 꼽고 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대답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롭지만, 확실한 사안만 말하는 무거운 입도 협상 당사자들의 신뢰를 받는 요소라는 것이다.
다음은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과 CNB저널의 일문일답이다.
- 대변인에 임명된 지 두 달 여 지났다. 소감을 말해 달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통합신당 창당이 합의된 뒤 신당추진단 공동대변인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즐겁게 하고 있다. 대변인 임명 직전에 김한길 대표께서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지만 싸움닭이 아니어서 그것이 걱정’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김 대표께서는 아무 말이 없으시다가 얼마 뒤에 발표했다.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열심히 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신당창당 작업이 현재(3월 13일)까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신당창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새정치는 ‘정치의 눈’으로 보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보는 정치여야 한다. 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잘 진행될 것이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 사이에 처음 제3지대 신당 창당원칙을 밝혔지만 창당의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양쪽 신당 추진단 간 진통이 있었지만 두 분이 공동신당추진단장(이후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조율에 나서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동으로 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즉 민주당 일부와 새정치연합이 공동으로 지은 집에 남아있던 민주당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을 해산한 뒤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해산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피땀흘려온 민주당의 60년 전통을 단절하는 의미여서 애처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대표도 이점을 안 위원장에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지난 2일 통합신당 발표 때 보다 지지율이 안 올라 창당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너무 일찍 소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지지율은 통합신당에 대한 기대감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에 감동과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통합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새누리당이 약속을 깨고 거짓말을 하고도 뻔뻔하게 국민을 우습게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통합신당이 창당되기 전인데다 각종 매체들이 화들짝 놀라서 위기상황 경보를 발령하듯 ‘안철수 때리기’와 ‘신당 쪼개기’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낮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통합신당이 국민을 위한 새정치의 내용을 채워간다면 지지율은 착실하게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 어쨌든 6월 지방선거가 3자 구도에서 1대1 구도가 형성됐다, 따라서 두 세력이 합친 신당이 중도보수라든지 무당층까지 포괄해서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가.“안철수 위원장의 새정치연합은 민주당보다는 조금 오른쪽 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보수와 무당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통합신당 창당 합의문에 있듯이 여러 경제주체가 동반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민생중심 정치를 펴나가면 지지층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 새누리당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실종, 밀실정치·밀실협의 등등 비난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이 과연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과 한 약속, 모든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20만원씩 드리기로 한 기초연금 공약, 정치개혁 1호 공약인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겠다는 약속, 국민생애주기별 복지프로그램 등 어는 것 하나 지킨 약속이 없다. 너무 뻔뻔한 거짓말 시리즈다. 통합신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큰 아픔을 감수하면서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새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국민 앞에 섰다.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 그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을 저지른 국정원을 비호하고 국민혈세로 간첩증거를 조작하는 국정원을 비호하고, 청와대 비서관이 기초선거 후보를 면접하고 낙점하는 초법적 관권개입 선거를 획책하는 이 정권의 한축인 새누리당이 하는 말에 누가 공감하겠는가.
그리고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상의 드리지 못하고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 간곡하게 양해를 당부드렸다. 이번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불가피성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다수 의원들이 박수로 환영하고 격려를 보냈다. 민주당내에서는 통합의 대의가 워낙 분명하고 크기 때문에 일일이 상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밀실정치, 밀실협의 운운하는데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지분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와 그에 맞는 정치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박광온 대변인(오른쪽). 사진 = 이성호 기자
- 발표한 신당추진단 인사 중 소위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인사들의 이름이 거의 안보이고, 안철수 의원 측도 많은 사람들이 신당 합류를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친노니 비노니 하는 구분은 민주당의 단합을 방해하려는 비열한 프레임이다. 민주당은 매우 폭이 넓은 정당이다. 생각과 정책이 다른 것을 서로 존중하면서 토론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견해는 오히려 정당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현재 실무적으로 그 일을 맡고 있는 분이거나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분을 우선 고려한 결과이다. 창당과정의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결정으로 봐주면 좋겠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측의 이야기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많은 분이 떠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극히 일부 인사만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러나 민주당이 싫어 새정치를 위해 떠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통합신당이 결정되면서 새정치 꿈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민주당을 떠났던 분들이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김 대표도 그분들이 어색하지 않고 민망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의원총회에서 당부했다.
정치는 국민에게 좋은 일을 하기 위해 힘을 더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본다. 민주당과 합쳐서 통합신당을 만들면 새정치 꿈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은 겉만 보고 속은 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새정치의 꿈이 더 명확해진 것이다.
새정치는 구호와 선언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새정치라는 좋은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현실의 정치 공간이 필요하다. 새정치라는 좋은 씨앗을 잘 심어서 큰 나무로 자라게 하는 것은 통합신당의 몫이다. 따라서 통합했다고 그 씨앗이 어디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새정치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국민께 시원한 그늘과 맛있는 열매를 줄 수 있는 큰 나무로 자라게 될 것이다.”
- 향후 신당창당 일정을 밟아가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지도부 선출이라든가 지분과 관련된 부분에서 양측의 입장이 이견을 노출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조율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분의 ‘ㅈ’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신당추진단장의 말이다. 오직 신당의 지도부와 관련해 공동대표-동수 지도부의 원칙만 합의했다. 지분과 관련해 잡음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저와 안 위원장은 공천이나 지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천은 최적 최강후보로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지분 문제로 이견을 보이면 공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소위 잘나가는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잘 나갔다고 하기보다 기자로서 경험해야 할 직책들을 두루 거친 것은 사실이다. 국회출입기자, 청와대출입기자, 특파원, 보도국장, 뉴스앵커를 지냈으니까 일복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언론을 떠나 정치에 몸담은 것은 역설적으로 언론이 너무 소중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굳이 제퍼슨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언론의 존재이유는 국가의 존재이유에 뒤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언론의 가치에 대한 기본인식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언론 장악 행태가 노골화됐다. 분노에 가까운 좌절감을 맛봤다. 언론을 정권의 건강성을 지켜주는 동반자로 보기보다는 장악하고 통제해서 찍소리 못하게 할 존재로 여기는 천박한 언론관의 소유자들이 활개쳤다. 대통령 주변은 물론이고 언론 현장에도 그런 인물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고앉아서 언론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특히 국민과 구성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세운 MBC의 명예를 쓰레기통에 쳐 박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인사들의 반언론적 행태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몰역사적 행태는 참으로 두고 보기 어려웠다.
언론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정권, 언론의 존재이유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진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 저의 정치입문 꿈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다. 언론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서 길들일 수 있지만 바른 언론을 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길들일 수는 없다.”
- 언론인으로서 바라봤던 정치와 몸담으면서 느끼고 있는 현실정치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는가.
“언론에서 본 정치는 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지만 정치에 들어와서 본 정치는 끊임없이 위축되는 존재로 보인다. 안타깝다. 정치가 위축되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권익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대 자본의 집적체인 재벌과 정책집행과 예산집행의 실질 권력인 관료, 그리고 재벌의 광고에 의존하는 일부 언론은 철의 삼각동맹 관계이다. 재벌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정책과 예산집행을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려 관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광고를 이용해 언론을 우군으로 만들거나 강압한다.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언론은 재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관료의 정책과 예산집행에 대한 감시 의무를 게을리 할 경우도 있다. 관료는 재벌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재벌을 위해 복무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끊임없이 과도하게 정치를 희화한다. 정치가 존경받지 못하는 대상이 된 것은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론의 끊임없는 정치 때리기, 정치조롱의 결과이기도 하다. 언론이 재벌과 관료를 정치만큼 희화화한 것을 본적이 있는가? 정치의 힘을 빼면 누구에게 좋고 누구에게 나쁜가? 누가 웃고 누가 울까? 답은 뻔하다. 정치의 힘을 빼면 재벌과 관료, 언론에게는 좋지만 국민에게는 결코 좋지 않다. 정치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는 더욱 당당해져야 한다. 당당해지려면 정당하고 깨끗해야 한다.”
-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7.30 보궐선거가 있는 데 박 대변인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준비는 하고 있는가. 그리고 국회에 등원한다면 어떤 정치를 펼치고 싶은가.
“지금은 보궐선거 보다는 통합신당 창당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고, 이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 다음에 광주든 수도권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온힘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내실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로서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 정치인으로서 롤 모델이나 멘토가 있다면.
“고등학교 때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많이 배웠다. ‘독립을 말로 외치는데서 멈추지 말고 힘을 기르라’는 것이 가르침의 요지이다. 새정치도 마찬가지다. 말로 하는 단계에서 실천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대결적 분열적 정치구도가 아닌 통합과 조화의 정치구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승자독식 구조로는 끝없는 갈등과 극한투쟁의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새정치는 힘을 모아서 통합과 화합의 정치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온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힘을 합쳐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해냈다. 그것이 정치이다.”
- 아직도 신당창당을 궁금해 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찬성하시는 분, 반대하시는 분 다양한 평가가 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힘을 더하는 것은 좋다. 특히 힘이 약한 사람들이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거대한 힘의 편에 서있는 분들도 결코 불안해 할 일이 아니다. 건강한 상대가 있을 때 자신들도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기대해 달라”
- 심원섭 기자
심원섭 기자 dailyp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