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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홍경표 작가]힘의 미학에서 탐미적 세계로

울진 죽변항 자연에 취해 또 다른 조형의 신천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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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박현준⁄ 2014.03.24 13:21:52

▲홍경표 작가


현실적인 풍경이나 자연을 찬미하는 화가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다시 말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적인 공간 및 자연을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재현적인 작품의 경우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주변 풍경에 이끌리기 십상이다. 눈에 익숙한 풍경이 은연중에 화가의 심상 속에 파고드는 까닭이다. 소재 및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한다고 해도 은연중에 심상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보이는 사실에다 자신의 미적 감각을 보탬으로써 실제보다 미화된 또는 재해석된 조형미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홍경표는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미술공부를 위해 외지에 나갔던 시간을 제외하면 줄곧 토박이로서의 생활을 견지해 왔다. 문화예술에 관한 한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죽변항이 그의 고향이고 생활의 근거지이다.

화가로서 살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임에도 고향을 지키는 것은 푸른 동해바다와 그에 연한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고 무심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차피 자연을 찬미하는 화가의 입장이라면 고향 풍정에 애정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실제로 그의 작품 대다수는 그 울진을 중심으로 한 동해 일원 풍경이다. 더러는 외지 풍경을 소재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소재 고갈 때문이 아니다. 어쩌다 전시 관련 여행 중에 만나는 인상적인 풍경을 제외하고는 고향풍경 일색이다.

▲‘동해 연작’


그러다보니 작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한동안 파도라는 단일 소재에 집중하기도 했다. 짙푸른 바다를 배음에 둔 채 하얗게 부서져 흩어지는 파도의 포말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구태여 예술가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칠고 힘찬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그 자신의 삶의 공간 및 그 주변 풍경 일색이다. 죽변항을 지키는 산언덕의 하얀 등대 및 그 주변의 나지막한 가옥들은 그가 즐기는 소재들이다. 어디서 바라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하얀 등대는 그의 작품 속에서 문학적인 감수성을 자극할 만큼 아름답게 표현된다.

▲색. 50정방. oil on canvas. 2013


등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 주변의 집들과 나무들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그대로 그림이 된다. 더구나 등대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경을 거드는 납작한 주변 집들 가운데는 그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등대와 그 주변 집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유난히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금강송도 빼놓을 수 없다. 붉은 색깔의 곧은 줄기를 가진 금강송을 즐겨 그리는 것도 모양이 수려한데다가 강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생리적인 특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금강송은 울진을 대표하는 수종이라고 해도 좋다. 어느 지역보다도 자생하는 개체수가 많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생리적인 특성 또한 야성적인 힘, 원초적인 생명력을 중시하는 그에게는 안성맞춤인 소재인 셈이다. (중략)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정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 생명의 기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 및 대상을 찾는 것은 아마도 고향 앞바다의 힘찬 파도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파도로부터 강렬하고 힘찬 생의 기운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자각했을 수 있기에 그렇다.

▲동해 연작. 30호


뿐만 아니라 거친 바다와 싸우는 어부들의 강인한 삶의 모습 또한 그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정경이다. 삶의 치열함이 무엇인지를 일상적으로 보아온 그에게 평화롭고 고즈넉한 정적인 분위기의 그림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중략)


죽변항 지키는 하얀 등대, 금강송이 대표 소재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거친 바다 환경이 강인한 어부를 만들고, 그들과 일상적으로 접하는 그 또한 그들로부터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기질적인 그의 강렬한 붓 터치는 바다와 어부들을 향한 동류의식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부드럽고 고운 터치의 정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그는 바다로부터 형성된 남성적인 힘을 거칠고 힘차며 빠른 붓의 터치로 표현하고 있기에 그렇다.

▲‘색’


그러기에 어느 작품이나 마치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격정적인 춤사위를 연상케 하는 속도감과 리듬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요동치는 감정의 여울에 빠져든다. 특히 원색적인 색채가 거칠고 빠른 터치와 어우러지면서 지어내는 현란한 동적인 이미지는 시각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중략)

▲‘색’ 30호


그는 최근에는 공간 표현에 대한 관심을 통해 정적인 이미지를 불러들임으로써 새로운 국면의 조형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힘의 미학, 즉 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하였다면 최근에는 정적인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탐미적인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심미적인 관점을 요구하는 또 다른 개념의 조형세계라는 신천지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적인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탐미적인 세계로 진입한 홍경표의 작품들이 4월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장은선갤러리에서 강렬하고 힘찬 모습으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 글·신항섭 미술평론가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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