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유명한 화가의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원본 그림을 살 수 없을 때 '꿩 대신 닭'으로 떠오른 아이템이 있다.
가격도 부담 없고, 액자에 넣어서 걸어놓으면 진품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어서 미술애호가 뿐 아니라 화가들도 선물용으로 애용하는 것 바로 판화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판화는 미술에 있어 당당하게 주류에 속하는 장르이다. 단지 시장이나 관객들의 외면으로 인해 저평가되고, 홀대받아서 현실에서는 굳이 먼저 작업을 펼치려 하지 않는 기피 아이템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판화를 올바르게 알리고, 작품성 있는 작가들의 판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판화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7월 1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63스카이아트 미술관(관장 홍원기)에서 국내 대표 판화가 들의 작품과 해외 거장의 판화 작품을 기법 별로 만남으로써 판화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Printmaking'(프린트메이킹)'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는 판화를 찍어내는 원리에 따라 볼록판(Relif), 오목판(Intaglio), 평판(Planography), 공판(Stencil) 총 네 파트로 나누어 구성됐다.
목판 또는 고무판, 리놀륨 등을 이용해 판 위에 원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이미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깎아 내어 돌출부에 잉크를 묻힌 다음 종이를 덮고 위에서 압력을 주거나 문질러서 찍어내는 볼록 판화 작업이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된다.
한국 목판화의 대표작가 김상구의 작품과, 목판화와 평면법이 합쳐진 목판평면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오래된 사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배남경, 명화를 차용하거나 패러디한 방법으로 유머러스한 장면을 리놀륨 판화로 표현하는 민경아의 작품이 함께한다.
이미지 부분을 강하게 긁어서 파내거나 부식시켜 전체 판에 잉크를 먹인 다음 이미지 부분에 남은 잉크를 이용해 종이에 압력을 주어 전사시키는 메조틴트, 에칭, 드라이포인트, 아쿼턴트 의 기법을 펼칠 수 있는 오목판화도 선보인다.
여백이 강조된 화면 속에 단순하고 깨끗한 선을 통해 절제미와 여운을 남기는 장영숙의 작품과, 하늘이라는 모티브를 사물과 장소에 연결 대비시키는 정희경, 신비로운 분위기를 메조틴트로 작업한 김영훈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조형적이고 초현실적인 화면이 특징인 호안 미로의 에칭과 아퀴턴트, 추상적이지만 추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작품에 주로 등장시키는 독일 출신의 작가 막스 노이만의 에칭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물과 기름의 반발원리를 이용해 기름기가 있는 드로잉 재료로 드로잉 한 후 화학 처리해 기름기가 있는 유성 잉크를 묻혀 찍는 평판화 부분에는 석판화, 알루미늄 석판화 작품이 걸렸다.
현대 추상의 대가 윤명로의 석판화 작품과 소외감과 외로움을 석판화로 표현한 남천우, 평면적 판화 기법에 팝업기법을 부여해 입체감을 만들거나 한 번 밖에 찍어낼 수 없는 모노타입을 캔버스에 배접하는 이서미의 작업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판화 사에 있어 중요 작가인 피카소의 석판화 작품과 마르크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물질주의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갖고 가려진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 짓는 작업을 실크스크린으로 하는 권순왕,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루브르 등 해외 유명 박물관 전시실 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김홍식의 작품이 공판화 작품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전시와 더불어 전시실내 판화공방을 마련해 운영한다. 판화에 대한 이해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방 운영은 8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7월 21일부터 63스카이아트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문의 02-789-5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