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법률 변화…비천한 복장과 신체의 과도 노출 처벌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 모 기관의 의뢰를 받아 ‘그땐 그랬지’라는 주제로 과거와 현재의 법률변화에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제 잡기가 막막해, 주위에 30대부터 60대까지 분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40대부터 60대에서 압도적으로 나온 대답이 ‘장발단속’과 ‘통금(야간통행제한)’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규제는 모두 경범죄 처벌법에 있습니다.

장발 단속은 1973년에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에 들어오게 되는데요, 그 개정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1973년 3월 11일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의 개정이유는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퇴폐풍조를 일소해 명랑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경범죄 처벌대상의 폭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때 장발 단속과 함께 들어온 처벌 행위 중 재미있는 것들을 골라 봤습니다.

· 함부로 휴지·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행위
· 술주정행위, 유언비어 유포행위
· 장발·비천한 복장을 하거나 신체의 과도 노출행위
· 비밀댄스 교습행위 및 그 장소제공행위
· 암표매도행위, 새치기행위

당시를 회상하는 제 지인의 글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바리캉과 가위, 30㎝ 자를 든 경찰관이 등장한 것도 이때의 일이며 장발의 청년이나 미니스커트 아가씨들과 경찰의 숨바꼭질도 진풍경이었지요. 장발 단속에 걸리면 바리캉이나 가위로 소위 머리에 ‘고속도로’가 뚫리게 되는 수모를 겪었고 단속에 거부할 경우 경범죄가 적용돼 즉심에 넘겨지는가 하면 ‘장발족’은 예비군 훈련에 참가해도 불참 처리하는 등 고초를 겪었습니다.


바리캉과 가위, 30㎝ 자를 든 경찰관

아침 출근길 무단횡단이나 신호 위반을 하다가 적발되면 건널목 한편에 짐승 우리처럼 새끼줄로 만든 울타리 안에 갇혀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그 중 죄질이 나쁜 사람은 즉결심판에 회부되었던 것도 웃지 못 할 시대의 자화상이었지요.”

장발단속은 1989년 1월에 이르러서야 경범죄처벌법에서 삭제되게 됩니다. 1989년 1월 31일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의 개정이유는 ‘국민의식수준의 향상으로 현실과 맞지 아니하게 된 일부 경범죄를 삭제하거나 그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 국민의 권익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는 것입니다.

야간통행제한은 장발단속 보다 역사가 깁니다. 광복 직후 미 군정청이 공포한 ‘미 군정 포고1호’에 의해 근거, 서울과 인천에서 오후 8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됐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 전국으로 확대돼 계속되다가 1954년 경범죄 처벌법의 제정으로 내무부장관이 통금을 실시하게 됐습니다.(시대에 따라 통금시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당시 경범죄 처벌법을 보면 ‘전시, 천재, 지변 또는 기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내무부장관이 정하는 야간통행제한에 위반한 자’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원래대로 라면 야간통행제한은 전시, 천재지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상황이 없더라도 야간통행제한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애마부인과 야간통행제한

다만, 부처님 오신 날,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에는 예외적으로 통행을 금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야간통행금지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동남아 국가 중에는 최근에 통금이 해제된 나라도 있고, 아직도 일부지역에서 통금이 이뤄지는 곳도 있습니다.

이 통금은 제5공화국이 들어오면서, 서울올림픽에 대비해 대한민국의 치안 안정과 안보 확보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1982년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폐지됐습니다.

국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금 폐지에 동의했고, 특히 술을 즐기시는 분들이 통금해제에 맞춰  파티를 했었다는 추억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은 걸 보니, 주당들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통금해제와 함께 등장하는 키워드는 ‘애마부인’입니다. 애마 부인은 ‘안소영’이 주연한 성인영화로 대한민국 영화역사상 최초의 심야상영을 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