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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브라질의 안데르센’ 로저 멜로]“동화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

‘동화의 마법에 홀리다’전 위해 방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생각하는 현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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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8호 김금영 기자⁄ 2014.10.02 08:37:03

▲‘브라질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로저 멜로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과 격식 없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로저 멜로의 모습은 세계적인 작가라기보다 마치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브라질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리는 그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로저 멜로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문학 작가로, 10월 15일까지 열리는 ‘로저 멜로 한국전-동화의 마법에 홀리다’를 위해 방한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그의 첫 전시이다.

앞서 독일 뮌헨의 국제어린이도서관과 일본 나가노의 치히로미술관에서도 순회전을 가졌지만 한국 전시엔 특별히 신경을 썼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동화’를 모토로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했던 책 원화 88여 점과 함께, 한국 전시에서만 공개하는 ‘마뉴엘 왕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기억해’, ‘평화 이야기’ 원화 30여 점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2권의 그림책 원본과 함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한국 전시에서만 있다.

그리고 2010년 제5회 남이섬 세계 책나라 축제로 인연을 맺은 남이섬 강우현 대표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다. 동화책은 2D에만 국한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도자기, 조각, 4차원 홀로그램 등 현실로 입체화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과는 인연이 특별해요. 벌써 7번째 방문이라 반쯤은 한국인이 된 기분입니다. 그래서 전시에 특별히 신경을 더 많이 썼어요. 8월 남이섬에 20여일을 머무르면서 그곳에 상주하는 작가들과 작업을 했어요. 혼자 고립돼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작업이 흥미로웠죠. 이번에 도자기에 그림도 처음 그려봤고, 미디어 아트도 활용했어요. 그들과 함께 한 작품도 이번 전시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첨단기술과 예술이 조합된 전시라고 할 수 있죠.”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색을 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주변 이슈에서 영감 받아 작품 탄생

남아메리카에서 화가 및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100여 권의 아동 도서를 출판했고, 22권의 책은 글도 직접 쓸 만큼 어린이 도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동화책이 단순히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로저 멜로는 동화책이야말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세상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 각자 바쁘게 살아간다”며 “그럴 때 동화책이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된다. 함께 책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화책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라 말하는 그는 동화책에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지 않고 아동 노동 착취 등 브라질의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더 나아가서는 인간이 지닌 본연적인 외로움 등 동시대 사회문제를 이야기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동화책을 보며 이 이야기들을 접하고 이해하면서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저는 모든 이슈들에서 영감을 얻어요. 동화책은 사회 현실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어렸을 때 브라질 독재 정부 시절, 금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탄압 받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 책은 참 무서운 것이라고 느꼈지만, 반대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했어요. 책에는 일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있죠. 한 예로 제 작품 중 뜨거운 가마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 있는데, 그 작품을 보면 사람들이 아이들의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은 어둡게 표현되기보다 남미 특유의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을 사용한 글과 그림으로 나타난다. 이는 절망보다는 꿈과 환상을 자극하는 그림 세계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작가 나름의 해결방안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저 멜로 한국전-동화의 마법에 홀리다’ 전시장 전경. 원화 뿐 아니라 다양한 설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에 작가가 특별히 또 신경을 기울인 것은 ‘친근한 전시’가 되는 것이다.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이기에,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가까이서 작품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다. 전시장 한 쪽 벽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물감이나 매직으로 칠할 수 있는 공간과 설치물이 있다. 로저 멜로 또한 이날 설치물에 직접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평범한 일러스트레이션 전시가 아니라 색다른 전시가 됐다고 느꼈죠. 이 느낌을 관람객들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전시를 보면서 마치 그림책 안에서 사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전 앞으로도 책과 전시를 사람들과 연결시키고 소통하는 방식에 고민을 가지고 작업을 할 것입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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