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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건강 칼럼]뇌건강, 발뒤꿈치에서 나온다고?

건강한 뇌 위한다면 즐거운 산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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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0호 박신혜원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2015.03.05 08:56:4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신혜원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뇌는 우리 몸의 모든 활동을 관장하는 중심 장기이다. 여러 장기들의 기능,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는 감각기능, 몸을 움직이는 운동기능, 그리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고 주변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모두 뇌에서 신호를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건강한 뇌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관심을 쏟을 만하다.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뇌에 발생하는 병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각각의 병이 왜 발생하는지도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평소 실천해야 하는지도 역시 모호하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건강한 뇌를 위한 방법’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병에 약이 되는 행동이 다른 병에는 독이 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강한 뇌를 위해 할 수 있는 아래의 몇 가지 방법들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밝히며 시작하자.

뇌(brain)는 마음(mind)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마음을 일반적으로 가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말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일어나는 감정 반응이다. 그래서인지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뇌에 많은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뇌에 아무 이상 없어도 우울증 탓에
기억-인지 장애 생기기도


예를 들어 심한 집중력 장애와 기억력 장애가 있다며 병원에 오는 사람들 중 실제로는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아주 정상적인 경우가 있다. 다만 그 중 심한 우울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 뇌에는 아무런 병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일상생활 기능을 마비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물론 우울증은 ‘부정적인 마음가짐’과는 다른 엄연한 병이지만 이러한 예는 마음가짐이 일상 능력의 발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파킨슨병 환자들 중에서 언뜻 보기에 병이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의 공통점은 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상태에서 어떻게 몸을 관리하는 게 최선인지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생각은 걷는 발의 뒤꿈치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의 고요함을 즐기는 것은 걷는다는 운동에 더해 마음과 생각을 맑게 하고, 업무 또는 창작과 관련한 좋은 아이디어를 시작하게 해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운동 자체가 중요해 땀이 나도록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산책은 즐거워야 하고 그럴 때 걸음걸이와 관련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생각의 뇌도 함께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잦은 알코올 섭취는 뇌세포를 병들게 한다. 만성 알코올 섭취는 기억력이나 창의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를 파괴해 치매를 일으키기도 하고 이미 치매가 있는 경우 증상을 매우 악화시킨다.

술을 마신 뒤 이전 일이 기억나지 않는 기억상실증을 경험할 때가 있다. 이는 알코올이 대뇌피질을 억제하고 신경을 마비시켜 발생하는 현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세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뇌(brain)’는 ‘마음(mind)’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긍적적인 마음가짐은 뇌에 좋은 건강 효과를 발휘한다. 사진 = 중앙대학교병원


사람의 뇌에는 소뇌 부위가 있다. 소뇌는 대뇌와 뇌간의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뇌인데, 담당 역할은 중심을 잘 잡게 해주고 운동능력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만성알코올 섭취는 소뇌의 신경세포를 파괴해 소뇌위축증을 일으키고, 걸을 때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못 잡고 세밀한 손의 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술이 취했을 때 일시적으로 휴대폰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갈지자로 걷는 것도 소뇌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점점 소뇌 세포가 파괴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이미 다 큰 뇌는 바뀔 수 있을까? 요즘 아동 서적을 선전하는 글을 보면 두뇌는 만 3세 이전에 완성된다고 광고한다. 그렇다면 이미 30, 40을 넘겨버린 나의 뇌는 이제 굳어져 변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뇌는 계속 변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물론 성인이 되기 전 유아기에서 아동기, 청소년기에 뇌가 끊임없이 성장하므로 변화의 정도가 매우 클 것이고, 학습의 능력도 성인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뇌가 평생 동안 개인의 여러 환경변화, 자극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뇌가 평생 동안 어떤 자극을 받고 자리 잡아 왔는지에 따라 병적인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달라진다.

머리쓸수록 치매에 저항능력 커지지만
그렇다고 치매 환자에게 암기 강요해서야

예를 들어 평생 회계사로 살았던 노인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면 이 노인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계산능력을 유지한다. 평생 동안 택시운전을 통해 공간능력이 남들보다 발달한 사람은 똑같은 병에 걸렸을 때 길 찾기 능력을 남들보다 비교적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생의 습관이 ‘병’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흔히 노년에 고스톱을 하고 암기를 연습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 증거는 없다. 다만 병이라는 것이 찾아왔을 때 기존에 얼마나 뇌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일상생활의 발휘 기능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보유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자칫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치매에 걸려 어제 들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정도로 심한 기억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어려운 단어를 암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우울한 마음을 들게 하면서 오히려 더 기억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뇌란 건강한 마음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살면서 혹시 찾아올지 모를 여러 뇌질환을 슬기롭게 맞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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