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퍼플, 김남표·윤두진의 조각화된 회화 ‘텐트’전
▲갤러리 퍼플에서 공동 작업을 선보이는 윤두진(왼쪽), 김남표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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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일반적으로 2인전이라 하면 각자의 공간에 작품들을 따로 줄 세우기 식으로 나열해놓는 전시장이 떠오르기 일쑤다. 그런데 갤러리 퍼플은 색다른 성격의 2인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초현실적 풍경화 ‘인스턴트 랜드스케이프’ 시리즈로 알려진 김남표와, 인체 위에 현대인의 욕망의 껍질을 입히는 ‘껍질’ 시리즈로 유명한 윤두진이 만났다. 이들은 5월 24일까지 갤러리 퍼플에서 열리는 협업 전시 ‘텐트(TENT)’전에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작품 ‘조각화된 회화’를 선보인다.
김남표는 콘테, 파스텔을 이용해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끊임없이 오브제를 평면에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윤두진은 오히려 반대로 입체를 평면적인 부조로 전이하는 작업을 보여왔다. 두 작가는 4년 전 장흥에 위치한 ‘가나아뜰리에’에 입주해 지금까지 서로의 작업을 바라보며 수많은 작업 이야기를 하면서 예술관과 작품에 대해 교감을 쌓아 왔다. 이번 전시에서 김남표의 작업은 평면에서 입체로, 윤두진은 입체에서 평면으로 전이되며 서로의 교집합을 형성한 작품을 전시한다.
▲텐트 1, 혼합매체, 244x197cm, 2015.
그냥 멀리서 보면 단순한 그림 같지만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캔버스 바깥쪽으로 작품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식이다. 역동적인 동물과 자연의 모습이 특징인 김남표 작품만의 색깔과, SF적 독특한 이미지를 지닌 윤두진 작품의 특징이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이 백미다. 갤러리 퍼플 측은 “단순한 매체의 병치혼합이 아니라 본질적인 예술 감각을 뒤섞으면서 회화와 조각이라는 고유한 매체의 제한적인 한계를 극복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 속 탄생한 작품의 배경은 전시 주제로 귀결된다. 전시명인 ‘텐트’는 야영할 때 눈, 비, 바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주고 임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텐트’전은 이 텐트를 예술적으로 해석해 예술가들이 외부의 간섭과 견제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그들만의 공간에서 상상하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뤄졌다.
▲텐트 2, 혼합매체, 244x122cm, 2015.
전시명 ‘텐트’의 의미는 “외부와 분리돼 우리끼리 꿈꾸는 공간”
김남표, 윤두진 작가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작은 텐트는 오래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꿈꾸고 상상하며, 때로는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수정할 수 있는 곳”이라며 “우리에게 텐트는 예술가로서 외부세계로의 간섭을 받지 않는 분리된 공간이자, 현실에 대한 가치를 수정해 다시 도약하고자 하는 동화의 공간”이라고 텐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시의 의의에 대해 이들은 “미술이 지나치게 시장화 돼 작가를 위한 개인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80년대 미술은 조형적인 모색을 통해 작가 중심의 그룹과 협회가 다수를 이뤘고, 전시 역시 기획전, 그룹전 등 다수가 참여하는 전시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미술의 주체는 작가 중심에서 갤러리 중심으로 이동됐고, 갤러리는 그들의 취향과 시장성에 부합된 작가를 선택하고 일정한 계약관계를 통해 전시를 진행합니다. 이것은 한국 미술시장만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텐트 4, 혼합매체, 121x80cm, 2015.
이들은 “미술비평은 자리를 잃고, 작품의 예술적 평가와 담론은 더 이상 작가와 작품의 환경이 되지 않는다. 작가 간에 치열한 작업과 작품에 대한 논의는 더불어 사라지게 됐다”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텐트를 쳐야만 했고 그 안에서 다시 우리가 상상했던 예술적 환영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점차 개인전이 대세가 돼가는 현 시점에서 두 작가의 공동 작업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갤러리 퍼플 측은 “이번 전시는 개인화 돼가는 최근의 전시 형태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들이 선택한 공동 작업은 작업 구상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의 대화가 이번 전시를 통해 작은 비평의 소리로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