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패션&예술 빕스코브]옷 밖으로 나온 가슴들이 두둥실
“창의적 사고를 펼치는 디자이너로 불러달라”
▲7월 8일 대림미술관을 찾은 헨릭 빕스코브.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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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 컬렉션 등 위트 넘치는 작품들을 통해 세계 패션계의 새로운 흐름을 선보이는 네덜란드 출신 멀티 크리에이터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 43)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 ‘패션과 예술,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전이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 전관에서 7월 9일 막을 올렸다.
그는 현재 일렉트로닉 밴드 ‘트렌트모러’(Trentemøller)의 드러머로 활동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을 졸업했고, 이후 20여 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과 형식을 파괴하는 패션쇼를 선보이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300여 점의 다양한 장르 작품이 선보이는 전시장은 아티스트로서 헨릭 빕스코브를 조명한다. 패션과 예술이 결합돼 장르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꾸려졌다.
▲대림미술관 2층에 마련된 ‘부비 룸’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새롭게 재연출된 런웨이와 데뷔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대표 컬렉션을 통해 그의 예술적 영감과 실험적인 시도가 패션을 연결고리로 무한 발전하는 독특한 광경을 펼친다.
한국 전시를 위해 7월 8일 전시장을 찾은 작가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대해서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창의성을 미리 설정하거나 공식을 내세우지도 않죠. 잘 모르는 세계에 스스로를 던져 놓는 것을 즐기며, 그 속에서 즉흥적으로 배우고 새롭게 적응해 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전시장 2층에는 2007년 런웨이 모델들이 누워 있는 획기적인 퍼포먼스로 주목 받은 패션쇼 ‘부비 컬렉션(The Big West Shiny Boobies S/S 2007 Collection)’에 사용됐던 가슴 오브제들을 펼쳐 놓았다. 그가 ‘부비 룸’이라고 이름붙인 이 공간에는 전시장 벽을 채운 400여 개의 가슴 조형물 사이에 그의 대표 의상 40여 점이 걸렸다.
미술관을 런웨이 삼은 패션, 예술이 되다
그는 “가슴이라는 오브제가 마치 어머니, 고향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성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산처럼 쌓으려 했는데, 결국은 작은 크기로 만들게 됐습니다”며 “패션쇼 당시 가슴 조형물로 에덴동산을 연출했는데 이 컬렉션을 보기 위해 2천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모으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헨릭 빕스코브, ‘The Stiff Neck Chamber AW 2013 Collection’. ⓒHenrik Vibskov
셔츠 드레스에 크고 입체적인 가슴을 붙이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이 작업에 대해 그는 “많은 작품들을 선보였지만, 결국 관람객의 시선이 고정되는 것은 선정적이고 감각적인 이 작품뿐이었던 것 같았습니다”라며 웃었다.
전시장 4층에는 패션과 예술이 결합된 빕스코브의 감각적인 세계를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 ’민트 인스티튜트’를 볼 수 있다. 민트 향이 가득한 전시장 안에 풍선처럼 부풀려진 30m 길이의 민트색 구조물이 가득 설치돼 있고 민트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2008년 그가 선보인 패션쇼 런웨이를 재연출한 것으로, 당시 그는 ‘민트’라는 주제 아래 후각과 미각이라는 요소를 패션쇼에 최초로 적용시키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그는 “민트 색상이 의미하는 바를 모두 담고 싶어서 연출한 시도”라며 “음악부터 마시멜로 같은 음식과 음료, 캐릭터, 향기 등 모두 민트 색상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미술관에 설치된 ‘Fragile Soap Bodies’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들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된 ‘The Stiff Neck Chamber’는 빼놓지 말고 봐야할 작품 중 하나다.
과테말라에서는 죽음을 기념하고 죽은 이와 소통하기 위해 크고 아름다운 연을 만들어 날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연을 구성하는 십자 모양의 나무 구조를 이용해 새의 목 형태를 길게 늘어뜨려 매달았다.
도살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있는 닭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는 이 컬렉션에서 각자 다른 통신 장치들을 가지고 서로와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플라밍고가 그려진 프린트도 만들었다.
실제 패션쇼에서는 모델들이 마치 플라밍고들이 위로 솟아오르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