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㉖ 금천서 SPO 박성현 경사]‘학교 밖 청소년’ 챙기는 훈남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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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야 할 학교에 적응 못하고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매년 6~7만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그만두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28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이들 ‘학교 밖 청소년’까지 챙기기 위해 나섰다. 금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SPO 박성현 경사(35)는 일선에서 비록 학교를 다니지는 않지만 여전히 꿈과 희망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생기기 이전부터 아동청소년계에서 근무해 왔다. 이전에는 지구대와 강력계에서 근무했었다. 처음부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다 보니 애정이 생겼다.”
박성현 경사를 포함해 금천서 SPO들은 인근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자신의 담당 학교에서 학교폭력 및 청소년 선도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비롯해 학생들에 학부모까지 상담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하루 일과가 눈코 뜰 새 없다.
“아침 등교 시간에 학교에 나가면 등교 지도, 학교폭력 캠페인 활동을 한다.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순찰하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많이들 커서 오히려 크게 말썽을 부리는 일이 적다. 초등학생들은 티격태격 싸우는 정도이거나 왕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중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크게 일으킨다”고 박 경사는 말했다.
그는 자주 학교 주변이나 골목길을 순찰한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학교에서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미취학 청소년, 또는 고등학교에서 제적·퇴학·자퇴를 한 청소년을 말한다.
박 경사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장래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을 실제 이루는 비율은 40% 내외라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명 ‘Step By Step’ 프로그램은 이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진행됐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이나 임종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청소년들을 돕는 지역의 센터와 연계해 이들이 삶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다.
▲금천서 여성청소년과 SPO 박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박 경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그리고 바로 자기 스스로가 프로그램에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경찰까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낯선 곳에 있으면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마나 안면이 있는 내가 함께 해주면 좀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 경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창 꿈도 좇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할 때인데…라는 안타까움도 컸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의 방황도 나름의 깨달음과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지 않나. 그런 청소년들을 돕는 것이 내 일인 것 같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박 경사는 청소년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처음 SPO로 근무할 때는 사실 학교 밖의 청소년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서 내가 이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좀더 깊은 관계도 맺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사건 처리를 하면서 만난 남학생이 있다. 그 학생에게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권했더니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하더라. 올해 내 목표는 이 친구를 잘 보살펴서 검정고시까지 합격시키는 것이다.”
함께 봉사활동하며 신뢰 쌓아
흔히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비행 청소년, 불량 청소년으로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곤란한 가정환경에 처해 있거나 부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도움의 손길만 있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박 경사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가정의 어려운 사정 때문인 것 같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다보니 학교를 자꾸 빠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학업에 흥미를 잃고, 좋지 않은 또래 문화에 휩쓸리는 것”이라며 “이런 학생들이야말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주면 분명히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보면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쉽게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의 개인적인 사정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된다는 박 경사. 그는 학교 밖을 떠돌고 있는 28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들에게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학교전담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조그만 관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또 그럴 때 내 스스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