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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이혼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상담자가 배우자의 불륜 증거로 녹음 파일을 가져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륜 사실의 증거이다 보니 이 녹음 파일에는 대개 입에 담기 민망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녹음을 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혼사건뿐 아니라 일반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에도 녹음된 내용이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음은 기존 증거에 신뢰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신뢰를 무너뜨리려고 사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녹음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블랙박스 등에 녹음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전에는 별도 기계가 필요했던 녹음이 요즘은 너무 쉬워졌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녹음되거나 녹화된 자료가 사실 증명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변화는 법정에서도 감지됩니다. 법원 판결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종종 “변론 조서가 제가 말한 대로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판사가 내 이야기를 왜곡해서 판결했습니다”, “판사가 상대방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했습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막말 판사’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많은 찬반 논의를 거쳐 2015년 올해부터 ‘법정 녹음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법정에 자주 출입하는 실무자로서 필자가 요즘 법원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느끼는 것은 재판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소한 절차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필자는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이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법정 녹음 제도 시행
필자가 몇 년간 가지고 있던 ‘실무자’로서의 불만 중 하나는 재판 중에 작성하는 각종 조서입니다. 조서는 쉽게 말하면 ‘법정에서 재판 중에 오고 간 말들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법정에서 오고 가는 모든 말을 빠뜨리지 않고 종이에 모두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부적절합니다.
당사자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중언부언하거나 법정소란을 일으키는 경우 등을 모두 활자로 기록한다면, 오히려 정확하고 신속한 재판에 방해가 될 뿐일 겁니다. 그래서 재판장이 적절히 조서의 내용을 정리하고 간략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서 정리 과정에서 일부 진술 내용이 빠지거나 뉘앙스가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판 중에 법관이 교체된 경우에는 조서 작성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서에 기재된 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