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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복잡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제주로 내려간 배중열 일러스트레이터가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슬렁슬렁 걸었던 제주의 작은 동네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특유의 그림체로 담아냈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은 시간이 흘러 여건이 된다 해도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그때의 간절함은 세월에 희석되어 옅어지거나 새로운 것들로 바뀌고,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기도 한다. 사람이 변하듯 하고 싶은 것들도, 거기에 쏟아 붓는 열정의 빛깔도 달라진다. 배중열은 이미 다섯 번의 여행으로 제주를 돌아봤지만 한껏 여유로운 삶을 살며 좀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제주에 내려왔다. 제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이 변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담았다.
1장은 작가가 처음 작업실을 만든 신촌리에서부터 제주를 동쪽으로 한 바퀴 돌아 제주의 동네 구석구석을 직접 걸으며 느꼈던 동네마다의 서로 다른 느낌을, 2장은 자신이 찾은 제주의 특별한 장소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장은 제주와 닮아가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4, 5장은 제주를 담은 사진과 그림으로 제주에 내려와서 더욱 풍성해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배중열 지음, 그림 / 1만 6000원 / 재승출판 펴냄 / 3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