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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박승원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올해 29세인 김 씨는 몇 주 전 두통이 있어 병원에 갔다. 그런데 병원에서 난데없이 목관절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김 씨는 지난 수년 간 한쪽 머리의 두통과 어지럼증, 안구 통증 등으로 고생했다.
최근에는 건망증까지 심해져 고민이 많았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고 긴장성두통, 신경성두통, 편두통, 심지어 우울증 등 다양한 진단을 받아 온갖 치료를 다 받았지만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실망감이 컸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관절 이상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통증이 2~3일 약만 먹고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지금은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목관절 이상이란 진단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위 사례는 어찌 보면 병원 선전에 적합한 과장된 사례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환자의 정확한 진단명은 ‘경추성 두통’이다.
말 그대로 경추에서 비롯하는 두통을 의미한다. 이 질환은 1980년대 초반에 정체가 밝혀진 비교적 새로운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한쪽 후두부에서 두통이 시작되고 어지럼증, 이명, 경부통이나 어깨 통증, 팔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제2, 3경추신경에서 비롯하는 후두신경이 통증 발생에 관여하며 한쪽 눈에 피로감, 통증이 나타난다. 구역, 구토 등 위장 관련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기억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심지어 정신을 잃는 등 중추신경계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경추 신경자극으로 유발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
드물게 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뒤틀어지는 사경증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하고 심한 증상들이 한꺼번에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 모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두통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약 40%가 경추성 두통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부통이 있는 환자의 80%가 두통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신경외과 통계에 의하면 내원하는 두통 환자의 약 10% 정도가 경추성 두통으로 진단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