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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서울·평양의 전쟁기념관을 나란히

외국인이 본 요지경 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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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6호 김금영 기자⁄ 2015.09.03 08:53:54

▲박형근, ‘두만강 프로젝트 - 두만강’. 201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열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남북한 사이의 대치 상황과 대화 국면이 광복 70주년의 해에 벌어졌다. 7년만의 대화 재개에 따라 내년 총선까지는 형식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남북 경협 무드가 이어질 전망이다. 표면은 이렇게 해빙 무드로 나가지만, 그 아래의 긴장은 여전하다. 그래서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반도의 현실은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생경하다. 남북한의 오늘을 바라본 두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한국인 웃음 뒤의 긴장감”
‘리얼 DMZ 프로젝트’전

‘리얼 DMZ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와 그 접경 지역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미술 프로젝트다. 2012년 첫 전시 뒤 올해 4회째를 맞았다. 강원도 철원 동송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서울 전시에 앞서 열흘간 철원 동송에서 ‘리얼 DMZ 프로젝트: 동송세월(同送歲月)’전이 열렸다. 아픈 역사가 서린 장소 두만강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만강 프로젝트’처럼, 이 전시도 DMZ 접경 지역으로서, 군인과 주민이 뒤섞여 함께 세월을 보내는 장소인 동송 중심으로 전시를 꾸렸다.

8월 29일 시작하는 서울 전시는 범위가 더 확장된다. DMZ의 역사를 장기간 연구하고, 접경 지역의 주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얻은 결과 작품을 소개하기 때문. 김남시 전시 기획자는 “올해 ‘리얼 DMZ 프로젝트’는 동송세월을 주제로 시작했고 역사 이야기를 중시한 전시”라며 “최근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로 남북 사이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동송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역사 문제”라고 밝혔다.

국내외 작가 53명의 작업이 전시되는데, 특히 북한과 남한을 모두 방문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본 시선이기 때문이다.

▲마그누스 뱃토스(스웨덴)의 ‘승리의 외침’. 평양 김일성 광장에 위치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촬영한 영상을 나란히 보여주는 신작이다. 남북이 각기 한국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재현하는지에 주목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마그누스 뱃토스(스웨덴)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 위치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촬영한 영상을 나란히 보여주는 신작 ‘승리의 외침’을 내놓았다. 남북한이 각각 한국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재현하는지 비교하는 작업이다. 평양의 기념관엔 천천히 회전하는 관람 데크를 중앙에 둔 원형 파노라마를 중심으로, 40명의 화가들이 그린 배경 벽화, 철조망, 벙커, 실제 한국전쟁에 쓰인 탱크와 지프차 일부가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북한이 한국전쟁의 전환점이라 여기는 ‘1950년 대전해방작전의 승리’가 묘사돼 있다.

서울의 전쟁 기념관에도 배경화에 인물 모형이 있는 디오라마가 전시돼 있다. 평양과는 달리 여러 개 전시실에 나뉘어 설치됐고, 한국전쟁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대규모 재현보다 소리, 조명, 영상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해 마치 컴퓨터 게임 같은 광경을 재현했다.

마그누스는 “북한은 한 곳에 앉아 관람을 해야 하는데, 남한의 전쟁 기념관에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관람 방식이 달랐다”며 “특히 남북의 대치 상황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양측이 서로 승리를 주장하는 광경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잉고 니어만(독일)은 ‘공적 빈곤’을 선보인다. 독일 출신의 작가는 25년 전 통독 뒤 후유증을 실제로 겪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상황의 남북 분단 상황을 바라본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속에서 한반도가 통일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상상을 시나리오 작업에 담았다.

작가는 “직접 북한을 방문했을 때 얻은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를 펼쳤다. 북한엔 남한 같은 교통 체증도 없고, 거리에 광고판도 없다. 부(富)를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느낌”이라며 “북한인들은 이미 완전한 무대로 작용하는 공공 공간에 익숙해져, 부가 아닌 금욕을 가장한다. 집 안에서는 온갖 향락을 누리지만, 밖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대중교통을 통해서만 이동하는 소박한 개미 노릇을 한다. 이런 사회 통념이 미래 사회에 끼칠 영향을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아르나우트 믹(네덜란드)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 2층에서 그는 개인전 ‘평행성’을 갖는데, ‘리얼 DMZ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된 ‘아이스크림 고지’ 신작을 선보인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강원도 철원 DMZ 접경 지역의 삽슬봉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실제 격전지 중 하나로, 수많은 폭격으로 산이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내린 것처럼 보인다 해서 ‘아이스크림 고지’로 불리게 됐다는 곳이다.

▲아르나우트 믹(네덜란드)의 ‘아이스크림 고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였던 삽슬봉을 배경으로, 유쾌한 분위기와 긴장감이 공존하는 한국의 특이성을 보여준다.

영상은 젊은이들의 즐거운 소풍 장면으로 시작된다. 실제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을 섭외했다. 그런데 영상 속 등장인물 중 하나가 군복을 입고 일부 무리가 군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면서 유쾌했던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위계 없이 어울리던 젊은이들이, 권력을 부여 받은 자와 복종하는 자로 나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런 모습이 전장을 연상시키는 화면과 나란히 상영되면서 한 민족인 남과 북이 전쟁을 벌인 과거를 상기시킨다. ‘아이스크림 고지’라는 이름이 주는 귀엽고 달콤한 이미지와 달리 처참했던 전쟁 참상을 반영하는 촬영지의 이중성은 평온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작가는 “언덕을 실제로 방문하면 굉장히 아름다운데, 동시에 무거운 역사적 의미를 내포해 흥미로웠다. 젊은 한국인들에게서도 이런 이중성을 느꼈다”며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이들은 전쟁-북한에 관심없거나,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면서도 분단 시대를 인식한다. 최근엔 나라 전체에 군사적 긴장감이 감도는 상반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내 작업은 이처럼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평행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11월 29일까지.

“두만강 너머는 실재? 환상?”
박형근 작가 ‘두만강 프로젝트’

한국의 사진작가 박형근이 9월 22일~11월 22일 프랑스 케브랑리 미술관이 기획하는 포토케이 비엔날레에서 ‘두만강 프로젝트’ 작업을 공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동북아 근현대사의 첨예한 대립과 아픔이 흐르는 공간인 두만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시작했다. 중국 쪽 두만강에서 북한을 촬영한 사진들, 그리고 남한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통일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들로 구성됐다.

▲김현주, ‘유곡리의 여름’. 싱글 채널 비디오, HD 칼라, 사운드, 25분 38초, 2015.

두만강은 한민족 이산의 중심 지대이자, 동시에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넘어가는 확산의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진입이 불가능한 장소에 대한 상실감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고통이 맺힌 공간으로 재해석해 대형 사진으로 선보인다.

박형근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시베리아 대륙과 맞닿은 두만강은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늘 알 수 없는 감정의 울림을 이끌어낸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아버지가 생전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를 즐겨 불렀다. 지금도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두만강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지만 노스탤지어적인 향수를 뿜어낸다.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흘러 온 두만강이 한국인의 마음 깊숙이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작가가 주목하는 건, 환상과 동경 그리고 희망과 좌절 등 대조적인 이미지가 공존하는 두만강 풍경이다. 프로젝트는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개의 눈에 주목한다. “하나는 허구와 가상의 이미지로 가려진 북한에 대한 남쪽의 시선, 또 다른 하나는 두만강 유역에서 마주한 실재의 북한 풍경에서 느낀 이질감”이라며 “서로 다른 두 시선이 작품 안에서 교차한다. 현실 세계, 그 이면에 자리한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과 그 상실의 과정에 대한 사진 작업”이라고 밝혔다.

▲박형근, ‘두만강 프로젝트 - 인왕산’. 2015.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마치 잘 꾸며진 연극 무대 또는 가상의 세트를 연상시키는, 허구의 이미지와도 같다. 모형처럼 지어진 건물들 그리고 가끔 오가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정지된 채 멈춰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남한의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은 특정한 관점과 위치에 의해 신비화됐다고 작가는 짚는다.

중국에서 바라본 두만강 너머의 북한에 대해 작가는 “두만강에 인접한 북한 도시를 촬영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남한 국적인 나는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촬영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를 검열당해 사진이 삭제되는 경험도 수차례”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의 이미지가 포착된다.
작가는 “남한에서 바라본 북한은 비현실적, 초월적인 반면, 중국 국경 지대에서 바라본 북한은 현실적, 사실적인 이미지들이다. 철조망, 감시초소, 카메라로 탈북자를 철저하게 감시, 통제, 억제하는 북한의 실상은 어둡게 메말랐다. 헐벗은 산과 생기를 잃은 마을, 도시의 모습은 생경한 슬픔을 줬다”며 “‘두만강 프로젝트’에서 두 시선 속에 등장하는 북한은 유토피아적 이상과 허구로 가득 찬 나라이자, 동시에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이 얽히고 중첩된 텅빈 거울 속 풍경과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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