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현 건강 칼럼]갑자기 귀가 먹먹…‘난청’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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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윤태현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귀는 해부학적으로 크게 외이, 중이, 내이의 세 부분으로 나눠지며, 소리를 듣는 청각 기능과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 기능을 맡고 있다. 청각 기능은 외이 및 중이, 내이의 와우(달팽이관)에서 관여하고, 평형 기능은 내이의 천정 및 삼반규관에서 담당한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과정은 복잡하다. 소리 신호는 귓바퀴에서 외이도를 지나 외이도와 중이도를 가로막는 타원형의 얇은 막인 고막을 진동시킨다. 그런 후 중이강에 있는 세 개의 작은 연결 뼈인 이소골을 통과한 후 증폭돼 내이에 전달된다.
내이에 전달된 소리는 달팽이관에 존재하는 내이액을 진동시켜 이곳에 분포돼 있는 유모 세포를 자극시킨 후 청각 신경을 거친다. 그래서 결국 뇌중추로 신호가 전달되면 소리 신호를 듣게 된다.
난청이란 이 같은 소리 전달 경로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난청은 병변의 부위에 따라 ‘전음성 난청’과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난청의 발현 시기에 따라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발현 현상에 따라서 ‘돌발성 난청’과 ‘진행성 난청’으로 세분할 수도 있다.
전음성 난청은 음을 전달하는 기관인 외이나 중이에 장애가 있는 경우 생기는데 외이염이나 중이염에 의한 경우가 흔하다. 감각 신경성 난청은 음을 감지하는 기관인 내이의 장애 외에 청신경, 중추로 도달하는 신경로 또는 중추 자체의 장애로 생길 수 있으며 대부분의 난청이 이 범주에 속한다.
한편 난청은 선천적으로 유전적인 소인이나 임신 중 감염, 약물 중독에 의해 출생 때부터 발생할 수 있으나, 후천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흔하다.
후천적 난청의 원인으로는 외이염이나 중이염, 내이염 및 뇌막염 등 염증성 질환이 많다. 특히 중이염은 난청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급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만성 중이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은 흔히 유-소아의 경우 감기 등에 동반되는 세균 감염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급성 중이염의 후유증으로 중이강 안에 물이 고인 경우를 ‘삼출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이런 삼출성 중이염은 유-소아에게 청력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난청 앓은 아이들 특히 주의해야
반면 만성 중이염은 고막에 천공이 있고 중이강 안 연결고리 뼈에 손상이 생겨 청력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다. 성인에게 청력 장애가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최근에는 사회 환경에 의한 외상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약물 남용에 의한 난청, 노화에 따른 노인성 난청, 각종 성인병 및 대사성 질환에 의한 난청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난청이 발생하고 있다. 드물게 발생하는 메니에르 병이나 원인불명의 돌발성 난청 등에 의한 후천성 난청 역시 증가 추세다.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한 후천적 난청이 증가 추세인데, 특히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나이 어린 청력 장애 환자들이 늘어나 문제다. 사진 = 한국건강관리협회
난청은 병력, 동반 증상, 가족 중 난청 환자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문진과 반사경이나 이경 검사를 통한 진찰 후 시행하는 청력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측두골 방사선 검사 등을 추가할 수 있다.
특히 청력 검사는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순응 청력 검사, 언어 청력 검사 및 임피던스 청력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 외에 필요에 따라 특수한 청력 검사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면서 난청의 원인을 진단한다. 이 중 순응 청력 검사는 난청의 정도와 유형을 아는 데 가장 유용하고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유-소아는 청력 장애가 있어도 자기 증세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다 우연히 아이가 TV를 가까이에서 보거나 볼륨을 크게 올리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이 있다고 의심한 후에야 이비인후과를 찾는다. 흔히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후천성 난청’ 증가 추세
청력 이상 느끼면 빨리 검사 받아야
유-소아기에는 이런 난청으로 인해 말을 배우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심하면 정신 발달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난청 환자의 치료는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정도, 난청의 유형에 따라 다양하지만 크게 약물 치료, 수술 치료, 보청기 사용 및 인공 와우 이식술 등으로 구분된다.
약물 치료는 난청의 원인이 급성 중이염이나 삼출성 중이염 등 염증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 시행한다. 국소 부위의 청결 및 항생제 투여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치료는 이런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인 외이나 중이에 구조적인 장애나 만성 염증이 있는 경우 시행한다. 중이 환기관 삽입술이나 고실 성형술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소리를 감지하는 기관인 내이의 장애에 의한 감각 신경성 난청이나 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청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 소리를 증폭해주는 보청기 사용을 권한다. 아무리 강한 보청기를 사용해도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심한 난청이 있는 경우엔 최근 고장 난 달팽이관 속에 인공 장기를 넣고 청각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이를 뇌에서 소리로 감지하게 하는 인공 와우 이식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난청의 원인과 정도는 다양해 이에 따른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귀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윤태현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