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에디션은 (사)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가 1995년 시작한 ‘서울판화미술제’를 출발점으로 한다. 이후 이 미술제는 디지털 매체의 도입에 따른 에디션(edition) 개념을 재조명하며 2010년 “에디션이 있는 복수 미술 전문 아트페어”란 의미에서 ‘아트 에디션’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최고의 미술 축제이자 장터, KIAF세계 각지의 주요 컬렉터 및 미술 관계자를 한국으로 끌어들여 미술 시장 활성화와 고객층 확산을 유도하는 행사다. 올해는 10월 7∼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KIAF 2015/ Art Seoul’ 이름으로 진행되며, 주빈국으로 선정된 일본을 비롯한 11개국의 180여 갤러리가 3000여 작품을 갖고 참여한다.
▲2014년 KIAF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KIAF 운영위원회는 예년에 비해 참여 화랑 숫자를 줄이는 대신 부스 디자인을 개선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관람객의 편의 향상을 위해 라운지 서비스를 개선하고, VIP 관람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최상급 수준의 라운지 운영과 VIP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KIAF는 후원사인 롯데백화점의 초대 고객을 위한 롯데 라운지가 별도로 운영된다. 롯데백화점이 주선한 일본 현대미술 특별전도 운영된다. 또한 전시장 복도 중간 중간에 조각을 설치하는 스페셜 홀웨이(special hallway)로 관객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지난해 입장객 8만 8000여 명과 매출액 230억 원을 기록한 KIAF는 한국의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KIAF 주최 측은 “최근 특히 젊은 컬렉터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한국 작가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갤러리 및 컬렉터가 예년보다 많아졌다”며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
“글로벌 아트페어 도약의 원년으로”
17대 회장으로 한국화랑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우홍 회장은 KIAF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실행 플랜을 내놓았다. 올해로 14년째인 KIAF를 명실상부한 국제적 아트페어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올해부터는 주빈국 갤러리들을 무료가 아닌 참가비를 받는 조건으로 참여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아트페어들이 ‘국제적 아트페어’란 외형을 갖추기 위해 해외 갤러리들을 무료로 초대하는 관행을 올해부터 바로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외형만 화려한 특별 전시도, 단순한 나열식이 아니라 그림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만을 선정해 참가 화랑들의 수익 제고에 도움을 주겠다고 박 회장은 밝혔다.
▲한국화랑협회 박우홍 회장. 사진 = 왕진오 기자
2015년 KIAF의 주빈국은 일본으로 결정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입장차가 극명한 시기지만, 이럴수록 문화가 먼저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을 주빈국으로 하고, 그 결과 20여 일본 주요 갤러리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아시아화랑협회를 만들어 아시아 미술시장을 국제화하자는 취지에 일본 측이 동조했다”며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힘을 합쳐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미술시장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14년 나이를 먹은 KIAF는 한때 중국의 미술시장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을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서구 자본이 홍콩 미술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시장까지 잠식하고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KIAF에 거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IAF는 시장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트페어다. 2015년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고, 세계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KIAF가 어느 정도 판매 실적을 올릴지는 예측이 어렵다.
박 회장은 그동안 KIAF가 발표하는 판매 결과에 대해 “부풀리기 된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던 데 대해 “올해부터는 고객 분석, 관람객 분석을 위한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평가제를 도입해 참가 화랑들의 작품 수준과 디스플레이 실력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화랑협회 회원사일지라도 자격 미달 화랑에는 내년도 KIAF 참가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고 귀띔했다.
또한 참가 화랑들이 작품 판매 시 20% 이상 할인을 하는 경우에는 2016년 KIAF 참가를 제한한다는 강력한 제제 방안도 마련됐다. 판매를 위해 무조건 할인을 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서의 품격이 떨어지고, 여느 아트페어와의 차별성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사 기간 중에는 VIP 입장권을 소지한 고객만을 위한 별도 관람 시간을 설정해, 실제적으로 그림 구입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박 회장은 전했다.
“복수미술을 살리기 위해” 아트에디션아트에디션은 복수 미술(Multiple Art)의 원본(original) 가치를 대중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아트페어다. 이를 위해 △판화 미술이 설 자리를 마련하고 △복수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며 △우수한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건전한 미술 견본시장 구축’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만 출품하도록 유도하는 작품 제한 과정을 거친다. ‘아트에디션-서울’은 미디어, 사진, 판화, 공예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에디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올해는 11월 25∼29일 서울 홍익대학교 홍문관 현대미술관에서 장터를 연다.
▲아트에디션 전시장의 관람객들. 사진 = 아트에디션
‘아트 에디션 서울’을 주최하는 (사)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는 지난 3월 13∼16일엔 홍콩 마르코 폴로 호텔에서 ‘아트에디션 홍콩’을 개최했다. 세계의 미술 중심으로 성장한 홍콩에서 특성화된 전문 아트페어로서 ‘아트 에디션’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내외 특성화 전시와 작가 발굴로 시장확대 추진
아트에디션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기성 작가는 신작을 발표한다는 ‘건전한 미술 견본시장의 구축’이라는 취지에 맞춰 ‘벨트 프로젝트(Belt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인사동과 청담동의 지역 화랑가를 하나의 띠로 묶는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매년 인사동과 청담동을 번갈아 가며 개인전을 개최하는 ‘벨트 프로젝트’는 1996년 시작돼 20년 연륜을 쌓아온 공모전이다.
올해까지 134명 작가를 소개한 벨트 프로젝트는, 협회가 재능을 지닌 참신한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아트에디션 전시장의 관람객들. 사진 = 아트에디션
벨트 공모전 심사는 매년 하반기에 판화, 사진, 영상 부분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해, 1차 서류심사와 2차 심사를통해 작가를 선정한다. 평가는 창의성·표현력·구성력·기술력을 기준으로 평론가, 작가, 갤러리 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이뤄진다.
황달성 (사)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회장
“글로벌진출로 시장 넓히겠다”
아트에디션을 이끄는 황달성 회장은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작가들의 과잉 배출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장 규모는 그대로인데, 대학의 미술 관련 학과의 정원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해결책 모색에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판화사진진흥협회는 ‘시장 개척만이 살길이다’라는 화두를 내걸고 해외 시장 확대에 온 힘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황달성 회장. 사진 = 왕진오 기자
“우리나라 작가들의 기량은 정말로 뛰어나지만, 작품을 소개할 장이 미미하다”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주까지 판로 개척에 나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 규모에 비해 많은 작가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당국자와 미술대학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면 해결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황 회장은 뛰어난 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협회 차원에서 먼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기 위해 ‘아트에디션 홍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외된 미술 장르를 살리기 위해 (사)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가 열정을 갖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게 현재의 미술 시장”이라며 “대형 화랑들이 대중화를 빙자해 인쇄물에 가까운 판화, 사진을 대량 인쇄 판매해 판화, 사진의 유통을 어지럽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