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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만추', 현빈-탕웨이 부담감 털어낼까?

한승원 프로듀서 "빠른 사랑 선호하는 세상 속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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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5.10.15 11:34:41

▲연극 '만추' 포스터.(사진=HJ컬쳐)

연극 ‘만추’가 베일을 벗었다.


연극 ‘만추’ 프레스콜이 10월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영화 ‘만추’(1966)의 원작자이자, 한국 영화사에서 천재라 불린 이만희 감독의 타계 40주기와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지헌 작가의 타계를 맞아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됐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는 총 6번의 리메이크 작업을 거치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연극 ‘만추’는 7번째 리메이크작이다. 다만 연극은 이만희 감독의 버전이 아닌, 2010년 개봉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버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당시 현빈과 탕웨이가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연극은 김태용 감독의 영화 버전과 마찬가지로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애나가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외출을 나오며 우연히 마주친 남자 훈과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다. 짧은 시간 속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지만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1시간 정도 하이라이트 공연이 펼쳐지는 내내 무대에는 잔잔한 적막감이 흘렀다. 훈 역의 이명행, 박송권 그리고 애나 역의 김소진, 김지현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랐는데 넓은 공간에 두 배우만이 존재해도 묵직한 느낌을 줬다.


기자 개인적으로 2010년 현빈과 탕웨이 버전의 영화를 봤을 때 영화가 끝난 뒤 “이게 뭐야?” 하는 허탈감과 공허함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당시 봤을 때는 머릿속에 잘 남지도 않던 영화가 시간이 지난 다음 계속 곱씹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연극에서도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한 음악과 대사가 이어졌고, (잠시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장면에서는 몰입감을 줬다.


공연을 올리는 한승원 프로듀서는 “처음으로 이 작품을 본 건 김태용 감독의 버전이다. 이후 원작 그리고 다른 리메이크 버전이 여러 개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되새김질과 거기서 전하는 위로의 감동은 처음으로 접한 영화에서 느꼈기에, 이를 바탕으로 연극을 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중적으로도 가장 공감 받은 버전이기에 김태용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최대한 활용했다”고 밝혔다.


영화와의 비교는 프레스콜 내내 이어졌다. 배우들 또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서 극 중 훈 역의 배우 이명행은 “처음엔 현빈-탕웨이 버전의 ‘만추’를 원작으로 하는지 몰랐다가 이후 듣고 부담감이 느껴져 못하겠다고 하기도 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담감 속 제작진과 배우들이 택한 방법은 영화와의 차별화가 아닌, 최대한 원작의 미학을 살리는 것이다. 박소영 연출은 “영화를 뛰어넘기보다 좋은 점을 연극에서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화 내용을 억지로 많이 바꾸려 하진 않았다. 영화가 주는 감동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며 “다만 극 중 인물들의 과거를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려 했다. 가령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훈의 어머니 이야기 등 훈과 애나가 느끼는 외로움을 이해시키기 위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에 한 프로듀서는 “나이 든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은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많다. 극 중 훈과 애나 또한 처절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었고, 그 닮은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현 시대의 사람들은 빠르고 편한 방식의 사랑을 선호한다. 그래서 ‘썸을 탄다’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서야말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사랑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 끝자락의 두 사람이 이어가는 사랑이 깊어가는 가을, 깊은 여운을 전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살짝 보인다. 영화에서는 클로즈업과 자막 활용 등이 용이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영어를 더듬더듬 말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무대의 특성상 두 배우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중국어를 사용하며 자막이 등장해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연출은 “자막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0월 초가 지나가고, 중순에 이르러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영어로는 풀 오텀(Full Autumn). 연극 ‘만추(晩秋)’는 제목부터 이런 계절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 프로듀서가 언급했듯, 빠르고 화끈한 사랑을 선호하는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만추’가 깊은 사랑의 감정을 만(晩), 그야말로 가득 채워줄지 반대로 공허함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연극 ‘만추’는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11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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