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왕진오 기자) '미인도'로 유명한 천경자(사진) 화백이 두달 전 미국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향년 91세로 숨을 거둔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22일 뉴욕에서 천 화백과 함께 사는 장녀 이혜선 씨(70)가 "어머니가 지난 8월 6일 새벽 5시쯤 현저히 맥박이 떨어지더니 의사가 보는 가운데 잠자는 것처럼 평안하게 돌아가셨다"며 "시신은 화장했고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뉴욕의 한 성당에서 조용하게 장례를 치렀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 사망 신고를 했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혜선 씨는 장례식 장소는 물론 고 천 화백의 유골이 안치된 장소에 대해서도 함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천 화백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예술원이 그녀에게 지급하던 수당 180만 원을 중단하면서 생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혜선 씨는 "의식은 있으나 말을 하거나 활동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이어지는 언론의 취재 활동에 대해 그녀는 "어머니의 그림이 나에게 상속된다는 내용만 있으면 되지 무엇이 더 필요하느냐. 그리고 왜 이리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화백은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42년 제22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외할아버지를 그린 '조부(祖父)'가 입선하고, 1943년 제23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외할머니를 그린 졸업 작품 '노부(老婦)'가 입선하면서 화단에 들어섰다.
국내 대표 여성작가로 승승장구하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 천 화백은 자신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공개 거래된 '미인도'에 대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붓을 놓겠다는 선언과 함께 딸이 거주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편 천 화백의 사망 소식에 따라 그녀가 남긴 작품에 대한 소유권 논란이 일 것으로 미술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경기도 양주의 천경자 미술관 건립이 무산됐고, 2012년 전남 고흥군의 천경자 화백 고흥 전시실은 기증받았던 작품 66점을 돌려준 바 있다. 2013년에는 천 화백이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저작권과 함께 양도한 작품 98점을 장녀 혜선 씨가 "그림 관리가 부실하니 돌려받아야 하겠다"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잘 관리가 되고 있는 상태를 확인시켜줄 테니 돌려줄 수는 없다"고 반박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