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왕진오 기자)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아홉 명의 전 현직 대통령 취임연설이 동시에 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아홉 명의 취임연설을 상영하는 화면 속 소리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소거가 되어 들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연설을 갖고 전 현직 대통령들이 제시한 비전대로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영상 작품이다.
10월 27일∼11월 15일 서울 방배동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진행되는 박윤삼 작가의 '국민'전에 영상 작품 '국민', '자소서' 그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 '명동대성당', '조계사'를 담은 사진, 설치 작업인 '전화, 개조된 전화기'가 공개된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복무한 작가는 서양화과 졸업 후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사회 속 체험 현상들을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전시에 선보인 '국민' 영상 작품은 아홉 명의 취임연설이 아홉개 채널에서 동시에 재생되지만, 각 영상의 소리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들을 수 없다. '국민' 이외의 말을 음소거 시켜 대통령 당선자들의 국민을 위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명동대성당, 조계사를 담은 사진은 각 종교를 직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오브제나 풍경이 배제됐다. 관객은 사진에서 종교를 암시하는 그 어떤 힌트도 찾을 수 없다. 오직 작품의 제목만이 사진을 찍은 장소를 암시한다.
사진 이미지들은 세속적이고 일상적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미지들은 대한민국에서 종교가 가진 한계를 보여준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취업난을 보여주기 위해 취업에 실패한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수집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소개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책들이 오히려 자기소개서를 진부하고 과장되게 보이도록 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번 전시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정치, 종교, 취업을 소재로 차용했다. 이들이 주는 거대담론의 의미는 작가의 미시적 시선을 통해 개인적 감성의 형태로 제시되면서 관객의 무뎌진 문제의식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