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자는 국립현대미술관 2015년 건축 부문 기획 전시인 '아키토피아의 실험'(6월 30일∼9월 27일)의 공식 기록물인 전시 도록 형태의 단행본이다.
지난 10월 30일 출간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11월 10일 언론사에 전시 도록의 발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책이 전시 주제를 확장한 에세이 모음집 형태의 '별도' 단행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술관 측 주장과 달리 겉표지만이 일반 출판사의 단행본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내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로고와 미술관장 직무대리의 인사말 그리고 전시에 참여한 미술관 직원들의 이름까지 다 들어가 있다.
전체적 구성은 미술관이 발간한 '공식' 전시 도록이되, 과거처럼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 관계 기관에 배포되고, 미술관 내부에서만 팔리던 관행에서 벗어나, 외부의 사설 출판사가 정부 행사의 도록을 책방에서 돈을 받고 판매하는 형태가 도입됐다. 그래서 이 책자가 상업용 출판물인지, 정부의 공식 발간물인지 아리송하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담당 학예연구사들이 전시 도록을 찾는 이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도록의 판매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전문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진행한 사안"이라며 "특정 상업 출판사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며 출판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도 미술관 측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자를 제작한 출판사 관계자도 "미술관과 납품 계약 후 추가 발행 유통되는 책자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책임이다. 미술관 내부에서 판매하느냐, 시중에서 판매하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사립미술관이나 일반 전시공간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지만, 국가기관에서는 드물게 적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미진하다.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식' 전시 도록은 자체 기획과 예산을 갖고 전문 제작사의 의해 만들어져 납품돼왔다. 이런 관행을 깨고 굳이 특정 출판사가 외형만 공식 도록인 것처럼 발행하도록 방치하고, "이익과 우리는 상관없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설명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제 국립 미술관도 '특정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가는 현상의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