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2015년도 컬렉션에 한국의 대표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의 작품이 선정됐다.
윤석남이 전속 작가로 소속돼 있는 학고재 갤러리는 "한국 작가로서는 유일하게 윤 작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윤석남은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의 대표적 여성주의 화가이자 민중미술 조직 중 하나인 ‘시월모임’의 일원으로서, 한국의 전쟁과 현대사를 거치며 가혹한 길을 걸어온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작업들을 통해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나무의 표면을 조각하고 다듬어 만든 독특한 질감은, 거칠고 투박한 몸과 삶의 흔적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번에 테이트 컬렉션이 소장한 ‘금지구역 I'은 작가 자신과 역사 속 여성들을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격렬하고 고통스럽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표현낸다. 자아와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모순들은 의자, 무쇠 갈고리, 소파 등의 모티브로 표현됐다.
‘금지구역 I’에서 작가가 주목한 기물은 의자다. 이 의자는 한때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바로크풍을 모방한 서양식 의자다. 한국 특유의 정서를 지닌 가정에 심어진 서구 문화의 표상으로서,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인이 품은 서구 근대에 대한 욕망이 투사된 대상이다. 결국 의자는 여성의 욕망과 근대화의 물질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1897년 헨리 테이트 경(Sir Henry Tate)이 설립한 테이트 미술관은 100여 년 동안 영국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해왔으며, 20세기 초부터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의식하며 영국 미술을 넘어 세계적 현대미술 컬렉션을 시작했다. 현재 테이트 컬렉션은 예술에 대한 대중의 상식과 이해를 넓히고자 16세기 영국 미술부터 20세기 현대 작품까지를, 모든 종류의 매체를 넘나들며 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