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윤 건강 칼럼 - 저신장증] 우리 아이 키가 제일 작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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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 민기 군의 엄마 박 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함께 입학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자기 아이만 유달리 키가 작은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입학 또는 학년이 바뀌는 신학기를 맞아 아이 키를 두고 부모들의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성장이 더딜 뿐인 건지, 아니면 혹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알기 어려워서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은 같은 또래, 같은 성별 100명을 줄 세웠을 때 앞에서 3번째 미만에 해당된다.
연간 성장 속도가 4㎝ 미만인 경우도 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반에서 지속적으로 키 번호가 1, 2번이거나 같은 사이즈의 옷을 2년 이상 입고 있는 경우에도 그렇다. 또 출생 체중이 2.5㎏ 미만이던 아이가 지속적으로 키가 매우 작다면, 저신장을 의심하고 소아청소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키가 작은 아이들의 경우, 원인을 조기에 정확하게 찾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최종 키가 심각하게 작아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저신장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크게는 체질적으로 저신장을 보일 수 있는 1차성 저신장과 다른 원인에 의해 성장 속도가 감소된 2차성 저신장으로 나뉜다.
2차성 저신장의 경우 영양 불균형이나 성장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성장 속도를 떨어뜨리는 다른 질환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최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성조숙증도 대표적인 원인이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면서 성장판이 일찍 닫혀 결국 최종 키가 작아지는 경우다. 이런 원인을 찾아 조기에 치료하면 키가 작아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신장증 아이가 또래만큼 크려면 조기 진단이 중요
태어나면서부터 저신장의 위험이 큰 경우도 있다. 염색체 이상, 골격계 이상 등 유전적 영향이 강한 1차성 저신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에는 특히 정확한 평가와 적극적인 개입이 조기에 필요할 수 있다.
1차성 저신장은 대개 유전성 저신장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의 대상이 되는 질환들이 있다. 매일 혹은 매주 자기 전에 피하주사를 통해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성장 속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
터너 증후군, 프래더 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만성 신부전 등이 성장호르몬 치료의 적응증(어떠한 약제나 수술 따위에 의해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이 된다. 또한 출생 시 체중이나 키가 매우 작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가 따라잡기 성장에 실패한 경우인 저출생 체중아의 경우도 성장호르몬 치료의 적응증이 된다.
이 밖에도 뼈와 연골의 성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골이형성증 또한 저신장의 원인 중 놓쳐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뼈와 연골의 성장에 문제가 되는 저신장은 임상 증상, 엑스레이 소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인천 독적초등학교의 체육 활동.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옹진군 보건소
골이형성증에는 400여 가지 다른 타입이 있다. 각 질환마다 뼈 이상 외에도 다른 이상을 동반할 수 있으며 각각의 예후가 다양하다. 같은 질환도 유전자 돌연변이 타입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같은 가족 내에서도 증상의 정도가 다양할 수 있다.
각 질환의 발병률이 드물기 때문에 이 질환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한 확진까지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
성장판 열려 있는 동안 원인 밝혀 치료해야
최근 미국에서 성장호르몬 치료의 적응증을 받은 SHOX 유전자 이상 질환의 경우, X 염색체 단완 끝부분에 위치한 SHOX 유전자의 결핍으로 인해 저신장을 보이면서 손목과 팔에 특징적인 엑스레이 소견을 보이는 질환이었다.
이는 X 염색체가 부족한 터너증후군의 일종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이미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국외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됐다. 이런 질환도 넓은 범위의 골이형성증에 속하며, 조기 진단해 성장호르몬 치료의 도움을 받으면 최종 키가 향상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골이형성증 중에 비교적 흔하고 많이 알려진 질환인 연골무형성증의 경우, 성장 속도를 회복시키는 신약이 개발돼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예전에는 치료법이 없던 질환들에 대해서도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 현실이다. 저신장을 보일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면서 환자에게 조기에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이런 치료를 충분한 기간 잘 받아야 최종 키에 대한 효과가 좋다”고 강조한다.
저신장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분자유전학적 확진과 병리기전 연구, 유전 상담, 궁극적으로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기관도 있다.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숙면과 균형 있는 식사, 규칙적인 운동, 올바른 자세,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저신장의 유전적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신장이 의심될 때에는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조기에 발견해 미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