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건강칼럼] 진드기에 물리면 걸리는 SFTS-쯔쯔가무시 조심을
(CNB저널=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야외 활동이 많은 봄철이다. 많은 사람이 따뜻한 봄을 만끽하기 위해 주말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풀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가족과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 나들이가 인기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오히려 건강만 해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많은 환자를 발생시켰던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SFTS)과 쯔쯔가무시병이 서서히 활개를 치고 있다.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과 쯔쯔가무시병은 진드기에 물려 옮는 전염병으로,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힐링을 위해 나들이를 떠났다가 자칫 큰 봉변을 당하는 것이다.
치사율 30%의 SFTS, 예방에 각별히 주의
질병관리본부가 4월 12일 제주도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환자가 올해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발혔고, 15일에는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야생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야생진드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살인진드기라고도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SFTS는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된 신종 전염성이다. 주로 SFTS를 유발하는 분야바이러스(bunyavirus)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전염되기 때문에 진드기가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발병하고, 7월과 9월 사이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SFTS는 전국에 걸쳐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제주도가 발생률이 가장 높고 도심 근교에서 환자가 발생한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고 약 1~2주 잠복기가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도 모른 채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며, 감기와 비슷하게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해 몸속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사망률이 30%인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다.
현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험적인 치료로 혈장을 제거하고 보충액을 주입하는 혈장교환술,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청을 환자 체내에 넣는 회복기 혈청 주입술 등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중에는 리바비린이라는 약제가 실험실에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한국에는 정맥으로 투여할 수 있는 리바비린 약제 없어서 사용에 제한이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주 지역에서 첫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고 4월 12일 밝혔다. (사진=질병관리본부)
가족 나들이나 등산을 할 때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미리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잔디나 풀밭에 살갗이 닿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외출을 마치고 귀가한 후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침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있기 때문에 힘을 주어 떼어내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진 퍼지면 신속히 병원 찾아야
쯔쯔가무시병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발생한다. 원래 일본의 일부 지방에서만 발생하던 풍토병으로 알려졌지만, 점점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국내에서 쯔쯔가무시병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9월부터 10월 사이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특히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서남부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많다.
사람에게 쯔쯔가무시병을 옮기는 털진드기는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유충에서 번데기로 변태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척추동물의 조직액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의 팔, 다리, 머리, 목 등과 같은 노출 부위나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등은 유충에게 주요한 영양 공급처가 된다.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후 잠복기는 보통 10~12일이다. 처음에는 두통이 심해지고, 온몸에 오한이 일면서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심해진다. 진드기 물린 부위는 5~20㎜ 정도 딱지가 나타나고, 붉고 경화된 병변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포를 형성한 후 터져 흑색으로 착색된다.
균에 감염된 후 3~5일 후에는 몸통의 발진이 팔과 다리까지 퍼진다. 쯔쯔가무시병을 그대로 방치하면 간수치가 올라가고 백혈구와 혈소판 숫자가 내려가는 등 혈액 검사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뇌수막염, 폐렴,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유발할 수도 있다.
털진드기 유충은 들쥐가 주로 다니는 야산이나 논밭, 풀잎, 잔디 등에 숨어있다 사람을 공격한다. 따라서 봄철 야외 나들이를 즐기는 장소에서뿐만 아니라 가을철 벌초,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과 같은 풀이 많은 곳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SFTS 예방책과 같이 풀밭 위에 그냥 눕지 않고 돗자리 등을 깔아야 한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옷에 유충이 붙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야외 나들이 후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먼저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테트라사이클린, 독트라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급격하게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사람 간 전염성은 없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야외 활동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정리=안창현 기자)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