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기자⁄ 2016.05.19 09:48:13
예술에서의 오랜 탐구 주제였던 실재와 허상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키미아트가 '더 일루션 오브 마인드(The Illusion of Mind)'전을 다음달 23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소현, 나유림, 백연수, 엄익훈, 이은종, 이제영, 조문희, 주은희, 허민희까지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준다.
실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외부 세계를 뜻한다. 반대로 허상은 상상에 의한 허구의 이미지다. 정신분석학에서는 허상을 욕망의 실현 도구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가가 작업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 상상력, 환상 같은 허상을 통해 현실에 재현이 가능해진다는 것. 이런 과정 속 탄생한 작품 자체는 실재의 재현뿐 아니라 허상과도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실재와 허상을 구분하려는 시도보다는,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재와 허상이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김소현은 빛이 시각에 스치는 찰나의 순간을 컬러의 변화를 이용해 캔버스 위에 기록해 나가듯 작업한다. 나유림은 현대인이 익숙하게 접하게 되는 공간 속에 증식하는 유기체를 그려 넣어 관람자를 상상력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백연수는 테이블 위에 평평한 나무판을 얹고 그것을 전기톱으로 거칠게 깎아, 일상 속에서 접하는 평범한 사물들을 오브제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엄익훈은 자잘한 크기로 잘라 구부린 금속조각을 용접해 형상을 만들고, 그곳에 조명을 설치해 조각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어떠한 형상을 이뤄내도록 작업한다. 이은종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햌 잉어의 무리, 나무, 공원의 풍경 등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사진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제영은 '불안'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다채로운 컬러와 형태의 조화로운 구성을 통해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해 낸다. 조문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건물과 같은 이미지를 특징적 요소를 제거하고 프레임만 남긴 사진으로 표현함으로써, 실재로부터 벗어난 허구적 존재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주은희는 붓이 아닌 손가락을 이용해 물감을 캔버스에 문지르는 형태로 작업하며 빛에 의해 모호하게 보이는 도시 풍경을 그려낸다. 허민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특정한 '현재'를 포착해, 시간이라는 것이 그저 하나의 흐름이며 순환 반복적인 우주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이야기한다.
키미아트 측은 "이번 전시는 9명의 작가가 그들 내면의 환상을 각각의 실재로 구축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실재는 관람자의 시각과 경험, 기억 등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각인될 것"이라며 "이런 일련의 과정이 허상이 아닌 또 하나의 실재가 되고, 그것이 거듭해 무수한 가치를 형성하는 의미 발생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