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닷밀] “예술에 첨단기술 입혀 4년만에 궤도진입”
▲융복합 콘텐츠 기업 ‘닷밀(.mill)’의 구성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있다. (사진=닷밀)
(CNB저널=안창현 기자) ‘태양의 서커스’라는 캐나다의 창작 집단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1300여 명을 포함해 기술자와 디자이너 등 5000명이 넘는 단원을 거느린 단체다. 전통적인 서커스 쇼에 실험적인 첨단 기술을 접목해 서커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제 캐나다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1981년 캐나다 퀘벡 주에서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어렵게 공연을 시작한 이후 현재 연 매출 1조 원, 한 해 10여 개의 작품을 세계 각국에서 공연해 1500여만 명이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의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태양의 서커스처럼, 한국에서도 무용에 음악과 미술을 접목하고 첨단 기술을 도입한 이벤트를 벌이는 등 참신한 시도로 주목 받는 콘텐츠 창작 집단이 있다. 바로 ‘닷밀(.mill)’이다. 닷밀은 문화콘텐츠와 문화기술(CT)의 결합을 통해 미디어 퍼포먼스, 홀로그램 공연 등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닷밀의 정해운 대표는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강조했다. (사진=닷밀)
지난 2012년 설립된 닷밀은 서로 다른 미디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망한 회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닷밀의 정해운 대표는 “현재 50여 명의 직원들의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예술과 기술을 광범위하게 접목하는 작업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처음 정 대표와 친구, 이렇게 둘이서 의기투합해 홍대 앞 단칸방에서 닷밀을 만들었을 때와는 그 규모부터 달라졌다. 닷밀은 설립 후 2년 동안 무려 500여 건의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빠르게 자신을 알렸다. 현재도 소규모 작업부터 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까지 상시적으로 프로젝트가 돌아간다고 했다.
닷밀은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시작으로 점차 보급형 홀로그램, 워드스프레드를 이용한 반응형 웹사이트, 공간 기반의 CG 기술을 활용한 테마파크 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로 확장해갔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장르에 주목했다. 당시 닷밀이 미디어 퍼포먼스를 구현할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르였다. 무용 등의 분야에서 실험적으로 공연이 이뤄지던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 순수 예술의 영역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이를 대중화해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디어 퍼포먼스는 새롭고 실험적인 콘텐츠였겠지만, 시장에서 이런 콘텐츠를 찾는 수요가 있었을까? 정 대표는 물론 수요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공급도 많지 않았다. 아니 공급이 거의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이벤트나 행사 쪽에서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콘텐츠들이 필수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
▲홍콩에서 있었던 엠넷(Mnet)의 MAMA 무대 연출에 닷밀이 참여했다. (사진=닷밀)
▲‘광주 문화의 달’ 행사에서 닷밀의 융복한 콘텐츠가 선보였다. (사진=닷밀)
닷밀은 미디어 퍼포먼스와 같은 융복합 콘텐츠를 활용하는 공연 분야에서는 물론 삼성이나 현대, 두산, 마이크로소프트, EMK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이나 기관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CJ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함께 전남 담양의 죽녹원 체험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연계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며 “영상과 조명, ICT 기술을 융합해 죽녹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형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실험 끊이지 않는 공간 됐으면”
정 대표는 미디어 퍼포먼스나 홀로그램, 테마파크 등 융복합 콘텐츠들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사실 특별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융복합 콘텐츠라는 것은 단지 현재 새롭게 느껴지는 콘텐츠에 붙이는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회화나 조각도 처음에는 융복합 콘텐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하고 반문했다. “화학의 발달로 튜브 물감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것도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융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닷밀이 외주 업체를 가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통 콘텐츠 제작사들은 외주 업체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의 일부를 제공받는다. 운영상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일부 프로그램의 제작을 외주에 맡기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닷밀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홀로그램과 미디어 퍼포먼스를 결합한 닷밀의 뮤지컬 장면. (사진=닷밀)
닷밀의 업무 환경이 유독 자유로운 것도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닷밀은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개별 프로젝트 별로 팀장과 팀원을 구성한다. 대표를 포함해 뚜렷이 직급 개념이 없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도 제약이 없다. 업무에 따라 자신이 알아서 하면 된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더 참신하고 실험적인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눈치 보지 않고 항상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자 열정을 가질 수 있다. 닷밀이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 집단으로, 새로운 실험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으면 한다.”
정 대표는 닷밀이 콘텐츠 기업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회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금 닷밀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하나하나는 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닷밀이 지닌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력으로 조금씩 닷밀만의 플랫폼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닷밀이 앞으로도 콘텐츠 시장에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5년 남짓한 기간에 융복합 콘텐츠 창작 집단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렸던 닷밀이 한국의 ‘태양의 서커스’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