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 옥션 갤러리는 붓과 나이프를 들고 물감과 함께하며 고민의 흔적을 남기는 작가 김근태의 개인전 'Discussion(논의)'을 연다.
물감이 두툼하게 쌓인 표면 위에도 붓과 나이프의 흔적은 최소화 되어 있다. 질감이 주는 고유의 시각적 즐거움은 유지하지만, 재현을 전제로 한 형상적 요소는 원천적으로 배제된 채 사유만 남은 결과다.
갤러리 측은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사물의 객관적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자신의 회화에서 허상이나 상상, 혹은 관념의 세계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 익숙한 사물의 실재를 말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김근태는 자연 대상, 정확히는 자연의 원리가 똑같이 적용되는 곳에서 탄생한 분청, 백자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얼룩과 물감 덩어리, 모노톤의 질박한 표면은 분청항아리와 관련을 맺고 있다. 작가의 캔버스 표면에 크고 작은 흠들은 달항아리에서 우연히 형성된 점이나 색채들과 다르지 않다.
갤러리 측은 “그의 작품은 ‘무엇’을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두께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사물이 된다. 캔버스가 곧 그림이자 물질 그 자체다. 작가에게 주제와 서사를 기대할 이유가 없으며, 구축성, 구성력이 작업 기반이 된다”고 전하며 “김근태의 작품은 의미나 언어를 생략해가며 담백하게 우리에게 다가선다. 무아의 세계에서 순간을 깨닫는 그의 작업은 겸허의 미학을 일깨운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