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의 타일이 아닌, 예술적 영감으로서의 타일에 접근하는 전시가 열린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건축도자 - 지구(Earth)'전에 이어 하반기 기획 전시 '포스트 타일 - 타일 이후의 타일'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래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지향하며 이 두 명제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8월 9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건축재로서의 타일이 아닌, 예술적 영감의 원천, 동시대 미술의 산실로써 타일을 바라본다. 그리고 타일에 내재된 다양한 속성이 오늘날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구현되고, 창조되며 미술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는지 소개한다.
타일의 평평한 단면을 이용해 캔버스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점토를 덧붙이고 깎아내리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한국, 미국, 이란 등 3개국 9명 작가가 참여해 도자타일, 오브제, 드로잉 및 영상 등 다양한 세라믹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타일과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라믹을 주재료로 하고, 타일의 역사성·회화성·입체성·장식성 등을 작품에 차용하며, 유닛의 반복과 조합을 통해 건축의 바닥과 벽면을 변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중앙 홀에는 네이튼 클레이븐(1976년생, 미국)의 작품이 설치된다. 다채로운 형태와 색감을 지닌 작은 유닛을 기본으로 쌓고, 조합하며 벽체와 바닥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다. 파손의 위험이 높은 세라믹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스쳐가던 공간에 예술성을 부여하며 타일의 기능과 의미를 확장시킨다.
갤러리 1에서는 모함메드 도미리(1990년생, 이란)와 김혜경(1974년생, 한국)이 현대 매체를 대표하는 사진과 미디어를 이용해 중동과 아시아의 유구한 타일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이란의 찬란했던 타일문화는 도미리의 건축사진을 통해 재탄생한다. 한국 타일의 기원인 기와와 전돌은 김혜경의 스크린과 영상이 돼 박제된 전통에 숨을 불어넣는다.
갤러리 2에는 타일의 회화적 속성을 접시에 구현하고, 단순한 기교로 취급받았던 장식미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몰리 해치(1978년생, 미국)의 작업이 소개된다. 그리고 풍성한 양감과 입체감을 가지는 타일로 현대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를 비판하는 수잔 베이너(1962년생, 미국)의 작품도 소개한다.
이어서 유럽의 장식타일과 패턴을 떠올리게 하는 김희영(1986년생, 한국)의 작업은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꼬집는다. 이은주(1977년생, 한국)의 작업은 타일의 진화를 엿보게 하며, 이경민(1983년생, 한국)은 고정된 표면에 움직임과 조형미가 부여된 타일을 보여준다. 박성욱(1972년생, 한국)은 분청의 덤벙기법으로 작은 도자 편에 레이어를 입히고 이를 반복, 나열시켜 우리 전통의 미를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 출품 작품들은 '타일'이란 연결고리 안에서 파생되는 작가마다의 다양한 해석과 작업 방식이 돋보인다. 타일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가치를 부여하며 동시대 미술의 저변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한나 씨는 "현대미술의 다원주의를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타일이 5000여 년의 역사 동안 인류의 삶 전반에 뿌리내려 삶을 윤택하게 해 왔던 것처,럼 다양성 속에 피어나는 내적 성숙함은 예술을 사회로 환원시키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전관에서 8월 9일~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