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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지구,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사라짐'에 대한 불안… 안지산 개인전 ' 'fly-er(플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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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연수⁄ 2016.08.17 18:28:11

▲안지산, ‘발끝으로 서다’. 캔버스에 오일, 90.9 x 60.6cm. 2016.


서울 합정동의 예술공간 합정지구는 안지산 개인전 'fly-er'를 연다. 작가 안지산은 이번 전시에서 ‘떨어져 사라진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한 그림들을 선보인다. 제자리에서 떨어져 사라진 존재들과 그것이 남긴 부재의 흔적들, 그리고 그때 감지되는 원초적 상실과 불안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떨어지다’와 ‘사라지다’ 같은 개념은 작가의 전작에서 참고로 했던 작가 바스 얀 아델(Bas Jan Ader)의 작업에서비롯한다. 1970년대 개념적 퍼포먼스 작업을 주로 선보이던 아델은 퍼포먼스 도중 바다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작가는 ‘떨어지는 형태들’의 구체화된 대상으로 전단지에 주목한다. 작업 ‘레퍼런스, 레퍼런스’와 ‘전단지’에서는 아래로 추락하는 임의의 형태들에 대한 암시가 뚜렷하다. 아델의 ‘Falling' 연작은 이 작업들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작품이다. 아델은 지붕이나 강둑에서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퍼포먼스를 하며 인간의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 몰두했다.


안지산은 영상으로 기록된 아델의 행위를 그림의 소재로 감아 회화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이어왔다. 아델의 영상작업 ‘I'm Too Sad to Tell You(너에게 말하기엔 나는 너무 슬프다)’에서 두 장면을 포착해 그린 ‘27초67’과 ‘43초90’은 실제 대상을 그리는 행위로 그림의 대상과 그리는 행위 사이의 인과 관계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보여준다.


아델이 중력에 반응해 휘청거리다가 그 긴장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허무하게 추락해버리는 것처럼, 안지산은 아델이 물리적으로 전개되는 신체 행위의 인과 관계를 추적하는 과정과 대상과 관계하며 그림 그리는 자신의 행위를 나란하게 인식한다.


그의 그림이 표현하는 벽은 중력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모든 것이 제 위치에서 떨어져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현실의 장소다.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 전단지의 흔적들이 남은 벽은 무력해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매달려 있던 존재를 강하게 위협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물음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떨어지다’라는 하나의 단어로부터 확장될 수 있는 현실의 수많은 상황들과 그런 상황을 설명하는 구체적 형태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아델로부터 안지산까지 이어지는 사유로부터 실존을 경험하는 ‘떨어짐’의 순간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라짐’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우리가 처한 현실의 장면들을 실제보다 더 강렬하게 불러낸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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