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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한글날 맞아 꽃피는 문자 예술

문자 주제의 전시와 공연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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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4호 김금영 기자⁄ 2016.10.07 08:56:16

(CNB저널 = 김금영 기자) 10월은 유독 기려야 할 날이 많다. 한국군의 위용을 국내외에 알리는 10월 1일 국군의 날,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건국된 날을 기념하는 3일 개천절(開天節)에 이어 9일 한글날까지.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세상에 나온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계의 움직임이 해마다 다양하다.


PART 1. 예술과 문명교류 관점에서 본다
‘한글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전과 ‘기역에서 히읗까지’전


▲'한글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전 전시장 일부. 한글과 라틴 알파벳과의 교류를 꾀한다.(사진=김금영 기자)

한글 문자가 지닌 예술적 측면, 그리고 서로 다른 문명 간 교류의 역할 측면에서 접근하는 전시들이 있다. ‘한글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 -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전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2층 현대전시실, 실험전시실에서 10월 19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 문자가 전시장에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한글과 알파벳은 문자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전시는 한글과 알파벳의 중심을 이뤄온 매체에 접근한다. 동아시아 정신문화를 담아온 서예를 통해 한글을 이야기하고, 서구의 활자 인쇄술을 바탕으로 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통해 알파벳을 살펴본다.


서예의 획은 양상을 예측할 수 없다. 획을 긋는 사람의 호흡에 따른 미세한 떨림,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담기는 것이 서예의 기본이다. 이 과정을 담고 탄생한 한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다. 추사 김정희는 추사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글씨를 탄생시켰고, 현 시대까지 그의 글씨는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명을 남기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서예박물관 부장이 설명 중이다. 그는 "서구의 우월주의 등 탓에 교류가 어려웠던 서예와 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이 이번 전시의 주제"라고 밝혔다.(사진=김금영 기자)

반면 효율성을 추구한 알파벳의 타이포그래피는 활판 인쇄술을 바탕으로 그어지는 선(line)이 중심이었다. 획과 선은 둘 다 ‘글씨나 그림에서 그어진 줄’이라는 맥락 아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볼펜 글씨와 붓글씨가 확연히 다르듯이, 서(書)와 타이포그래피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 길 사이에 이번 전시는 교집합의 자리를 만들어보려 한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부장은 “문자 간의 교류는 과거에 특히 어려웠다. ‘서예’ 하면 한글과 한자만 이야기됐고, 서예를 하는 사람이 영어를 쓰는 건 금기 중의 금기였다. 서구에서는 라틴 알파벳을 제외하고 다른 문명권의 문자를 낮게 봤다. 서구 중심의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문자는 시간이 흐르며 전 세계에서 점점 변화를 거치고 있다. 글자 하나하나를 직접 써야 했던 과거와 달리 손가락으로 몇 번 자판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문자가 쉽게 써지고, 수많은 정보들이 오간다. 그만큼 대중화가 되고 친숙해졌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문자 자체가 지닌 본연의 무게감과 인간성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잘난 척 하던 한글과 알파벳이 만날 때


▲한글과 라틴 알파벳 문자가 전시장에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부장은 “현 시대에서는 문자가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문자 형상 시대, 즉 디지털 문자영상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문자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빨라진 현재, 문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가운데 문자가 더욱 기계적인 측면으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 찾을 것인지 동아시아와 서구가 각각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서로의 문자를 하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 문자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자 문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아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서예와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총 60여 작가가 참여한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AGI(국제 그래픽 연맹) 코리아, (사)문자문명연구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작가들이다. 한글을 주제로 한 서예 분야에서는 유승호, 박금준, 김영배, 박세호, 송현수 등 41명의 원로작가와 신직작가들이 참여해 신구(新舊)의 조화를 보여준다. 알파벳을 주제로 한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는 포카리스웨트 로고를 제작한 헬무트 슈미트를 비롯해 앨런 키칭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AGI 소속 작가 26명이 참여한다.


▲'한글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전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2층 현대전시실, 실험전시실에서 10월 19일까지 열린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다양한 작품들이 각각의 섹션에 따로 배치되지 않고, 안이 훤히 들여다보는 천막 안팎으로 함께 배치된다. 이 부장은 “서로가 잘났다고 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한글의 서(書)와 라틴 알파벳의 타이포그래피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창의 개념에서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하나로 당장에 많은 변화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부는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부장은 “작가들의 변화가 느껴졌다. 20년 전만 해도 한글이 촌스럽다며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은 한글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서예를 하는 사람들 또한 비슷한 이유로 서구 문자를 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AGI 총회 임원들이 서예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서예 작가들과 전시로 만나보고 싶다고 의견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갈등은 있다. 하지만 편견을 딛고 서로의 문자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정반대가 만나서 더 건강하고 새로운 문자 문화를 만들어내는 씨앗과 같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장주상은 한글에 대한 다양한 그래픽 실험을 통해 한글이 지닌 이미지에 새로운 인상을 부여하는 시도를 했다.(사진=토이리퍼블릭)

이밖에 한글의 조형미에 접근하는 전시도 있었다. 토이리퍼블릭은 10월 1~6일 커먼그라운드에서 ‘ ㄱ-ㅎ(기역에서 히읗까지)’전을 열었다. 전시는 ‘한글은 의문의 여지없이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지적 산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는 명제를 기본으로 시작됐다. 박제정 큐레이터는 “한글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창의적인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장주상, 우동진, 블루샤크(이경준), 박지후, 투타입세트까지 5명의 작가가 참여해 한글의 선이 갖는 미적 요소에 접근했다. 단어, 문장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특징을 글자에 접목시키거나, 선적인 요소가 강조된 작품 등 다양한 형태로 한글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박지후의 작품.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라는 두 가지 영역을 결합해 '메시지로 이뤄진 작품'을 선보였다.(사진=토이리퍼블릭)

장주상은 한글에 다양한 그래픽 실험을 통해 한글이 지닌 이미지에 새로운 인상을 부여하는 시도를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우동진은 한글의 구조와 형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그래픽 작품을 선보였고, 상어를 그리는 디자이너 블루샤크는 이번 전시에서 주인공을 한글로 끌어왔다.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라는 두 가지 영역을 결합해 ‘메시지로 이뤄진 작품’을 선보이는 박지후는 한글을 통해 감정들을 함께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전문 서체 디자이너로 구성된 스튜디오 겸 브랜드 투타입세트는 ‘간직하고 싶은 글자’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 항상 함께하는 한글을 통해 공간에 특별함을 더했다.


한글을 입고 전시장을 채운 작품들은, 단순한 글자의 기능적 의미에서 벗어나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PART 2. 한글날 기념 축제 한마당
국악뮤지컬 ‘말하는 원숭이’ 등


▲국악뮤지컬 '말하는 원숭이'의 한 장면. 한글을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의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돌아보는 공연이다.(사진=국악뮤지컬집단 타루)

전시뿐 아니라 한글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공연들이 축제에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0월 8~9일 ‘한글문화큰잔치’ 행사를 연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과, 한글의 우수성 및 과학성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이다. 서울 광화문 중앙·북측광장, 세종로공원, 국립한글박물관 등에 한글 물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모에서 선정된 40여 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일반시민들에게 선보인다. 10월 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한글 기획전, 공연, 전시, 체험 및 학술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유네스코세종대왕문해상을 수상한 태국 마히돌 대학교와 베트남 지식협력공유개발센터 관계자들도 올해 행사에 초청돼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먼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전야제 1부 행사에서는 한글 홍보 동영상 상영과 한글날 주제 선포식, 성악 공연, 한글 주제 공연(한국무용, 태권무, 타악 공연, 비보이)이 이어진다. 2부에서는 한국방송(KBS) 라디오 ‘박지윤의 가요광장’이 한글날 특집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수 김태우, 조성모, 레드벨벳, 어반자카파, 크레용팝 등이 출연해 축하무대를 꾸민다.


10월 9일 한글날에는 광화문 중앙광장과 북측광장에서 공연(무용 ‘하늘의 소리 땅의 몸짓’ 등 11개)과 전시(한글 도깨비 두두리전 등 7개), 체험행사(한글 가죽컵받침 만들기 등 10개), 학술대회 등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한글 주제로 우수성 되새기는 공연들


▲2015년 열린 한글날 행사. 올해는 10월 8~9일 '한글문화큰잔치' 행사가 서울 광화문 중앙·북측광장, 세종로 공원,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열린다.(사진=연합뉴스)

국악뮤지컬 ‘말하는 원숭이’도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10월 9일 광화문 세종로공원 보조무대에서 열린다. 잊혀 가는 옛 이야기와 우리의 음악을 판소리를 통해 다시금 되살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똑똑똑 누구십니까?’ 등 아이들에게 익숙한 구전동요를 활용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통판소리 형식에 연극적 변형을 가해 1인 전통판소리의 기본 형식을 확장했다. 그리고 소리북, 피리, 생황, 박 등 다양한 전통악기와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카혼 등 서양악기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풍성한 판소리 극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을 선보이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많은 대중들이 한글을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의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경험하고, 그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로공원 무대에서는 가족뮤지컬 ‘찰리 아저씨의 마술공장’ 등 7개 어린이 대상 공연이 하루 종일 펼쳐진다. 저녁 7시 30분에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수 플라워, 야다, 도원경 등이 출연하는 ‘한글날 기념 음악회’ 공연이 이어진다.


이밖에도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 책 장터를 통한 중고책 교환 행사와 책사랑 강연회가 열린다. 특별전으로 ‘원도, 두 글씨장이 이야기’가 10월 5일~11월 17일 열린다.


한편, 전국 국어문화원과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해외에 있는 세종학당(57개국 143개소)에서도 한글날을 전후로, 한글 글씨 쓰기 대회와 한글 전시 등의 행사를 연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올해는 한글날이 공휴일이 된 지 4년째가 되는 해”라며 “정부는 앞으로 한글날이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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