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어째 관련 시상식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기존 대표적인 뮤지컬 시상식이었던 ‘한국뮤지컬대상’과 ‘더 뮤지컬 어워즈’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시상식을 생략하고 지면 발표로 대체하는 형식 등을 취했다. 그 가운데 올해는 발표도 이뤄지지 않아 공연 애호가 및 관계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줬다.
이 가운데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독자적인 뮤지컬 시상식으로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본래 지난해까지 열린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5회를 맞이한 올해부터는 독자적인 행사로 독립해 나왔다.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창작 뮤지컬의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됐다. 명칭 중 ‘예그린’은 1966년 국내 첫 창작 뮤지컬 ‘살짜기옵서예’를 선보인 예그린악단에서 따온 것이다. 임영웅 산울림 극단 대표는 “1966년 ‘살짜기옵서예’ 연출을 맡고, 그 뒤로 벌써 50년이 흘렀다. 본래 우리 민요를 편곡하는 창극과 악극 식으로 공연이 많이 이뤄지다가 본격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건 ‘살짜기옵서예’가 처음이었다. 당시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거라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늘날 많은 창작 뮤지컬이 오르는 발판이 됐다. 그래서 창작 뮤지컬을 응원하는 이 자리에 서는 게 더욱 감회가 뜻 깊다”고 말했다.
기존 타 뮤지컬 시상식들이 뮤지컬 시장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집중하고, 창작 뮤지컬을 별도의 섹션으로 마련했다면,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반대의 형식을 취한다. 작품부문의 최고상 ‘올해의 뮤지컬상’, 획기적인 시도를 한 ‘혁신상’, 재공연으로 업그레이드를 보여준 ‘베스트 리바이벌상’이 창작 뮤지컬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올해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는 ‘베스트 외국뮤지컬상’과 ‘각색 번안상’ 2개상이 부가적으로 신설됐다.
심사기간은 2015년 7월~2016년 10월 공연된 작품이 대상이고, 심사기간 중 서울 내에서 10일 이상 공연되는 뮤지컬로 출품의사를 밝힌 제작, 기획사의 작품이 대상이 됐다. 창작뮤지컬 61편, 라이선스 뮤지컬 25편 총 8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올해의 뮤지컬상에는 ‘곤투모로우’ ‘도리안그레이’ ‘마타하리’ ‘아랑가’가 노미네이트 됐다. 혁신상에는 ‘라흐마니노프’ ‘아랑가’ ‘잃어버린 얼굴 1895’ ‘페스트’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날들’ ‘로기수’ ‘명성황후’ ‘베르테르’ ‘윤동주 달을 쏘다’는 베스트 리바이벌상,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 ‘뉴시즈’ ‘스위니토드’ ‘올슉업’ ‘위키드’ ‘킹키부츠’는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후보에 올랐다.
이밖에 남녀주연상, 조연상, 신인상, 인기상, 연출상, 안무상, 극본상, 음악상, 무대예술상, 각색번안상 부문에서도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물, 작품, 단체 등 장르에 관계없이 한 해 동안 창작 뮤지컬 모든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예그린대상 후보에는 극작가 김의경, 뮤지컬 ‘발래’, 서울예술단, 우란문화재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가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 대해 김승업 조직위원장은 “각계 공연 전문가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조직이 7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직접 모든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보고, 후보작을 선정했다”며 “대상과 인기상을 제외하고는 심사위원들에게 전권이 부여돼 후보와 수상작을 선정한다. 대상의 경우엔 7명의 심사위원이 후보를 정하고, 30명의 전문기자단이 이중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인기상은 온라인투표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올해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대상을 선정하는 마지막 단계가 아직 미흡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공연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치고 또 거쳐 후보가 선정되기는 하지만, 결국엔 30명의 기자단을 통해 선정되는 것이기에, 자칫 ‘기자들의 인기투표로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또 작품 부문 후보작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창작 뮤지컬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후보작들 중 중소형 뮤지컬보다는 ‘도리안그레이’ ‘마타하리’ ‘페스트’ 등 대형 뮤지컬이 주로 눈에 띈다. 이중 ‘빨래’ ‘아랑가’ 등이 후보로 올라 중소형 창작 뮤지컬의 기를 살리고 있다.
하지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아직 5회를 맞이한 상태고, 독자적인 시상식으로 발걸음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 추후 보완 과정을 거치고 규모도 확장하면서 성장할 모습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젠 어엿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은 ‘그날들’은 제4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흥행상을 수상하고, 올해는 베스트 리바이벌상 후보에 오르는 등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자리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하게 인식되며 주목받았다.
최창식 명예조직위원장과 윤호진 조직위원장은 “뮤지컬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는 매우 소중하다. 뮤지컬 시장이 4000억 원에 육박하고, 1년에 2000~3000명 정도의 뮤지컬 지망생이 배출된다고 하지만, 창작 뮤지컬 시장은 아직 빈약하다. 오히려 뮤지컬 시장이 위축된 느낌”이라며 “이 가운데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창작 뮤지컬이 발돋움할 수 있는 든든한 시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만들었다가 없어지는 시상식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그린’은 옛날을 그리며 미래를 연다는 뜻이다. 창작 뮤지컬이 시작된 과거의 순간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바라보는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앞으로 훌륭한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한편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11월 7일 오후 7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도 진행될 예정이다. 예그린뮤지컬어워드의 심사위원장이자 뮤지컬 연출가인 한진섭이 총 메가폰을 잡고, 변희석 음악감독과 36인조 오케스트라가 뮤지컬 음악으로 무대를 채운다. 배우 유준상과 한지상 그리고 소녀시대 서현이 사회를 맡는다.
다음은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후보 목록.
작품 부문
▲올해의 뮤지컬상: 곤투모로우, 도리안그레이, 마타하리, 아랑가
▲혁신상: 라흐마니노프, 아랑가, 잃어버린 얼굴 1895, 페스트
▲베스트 리바이벌상: 그날들, 로기수, 명성황후, 베르테르, 윤동주 달을 쏘다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노트르담 드 파리, 뉴시즈, 스위니토드, 올슉업, 위키드, 킹키부츠
배우 부문
▲남우주연상: ‘아랑가’ 강필석, ‘트레이스유’ 고상호, ‘도리안그레이’ 김준수,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베르테르’ 조승우
▲여우주연상: ‘명성황후’ 김소현, ‘투란도트’ 박소연, ‘마타하리’ 옥주현, ‘베르테르’ 전미도, ‘잃어버린 얼굴 1895’ 차지연
▲남우조연상: ‘라흐마니노프’ 김경수, ‘곤투모로우’ 박영수, ‘그날들’ 오종혁, ‘라흐마니노프’ 정동화, ‘그날들’ 지창욱, ‘도리안그레이’ 최재웅
▲여우조연상: ‘별이 빛나는 밤에’ 다나, ‘명동로망스’ 안유진, ‘로기수’ 이지숙, ‘투란도트’ 임혜영, ‘형제는 용감했다’ 최유하
▲남우신인상: ‘더맨인더홀’ 고훈정, ‘풍월주’ 김성철, ‘무한동력’ 이상이, ‘프랑켄슈타인’ 최우역
▲여우신인상: ‘무한동력’ 김다혜, ‘형제는 용감했다’ 김지혜, ‘지구멸망 30일전’ 손지애, ‘투란도트’ 알리, 이정화 ‘프랑켄슈타인’ 이지수
스태프 부문
▲연출상: ‘빈센트반고흐’ 김규종, ‘명동로망스’ 김민정, ‘로기수’ 김태형, ‘아랑가’ 변정주, ‘곤투모로우’ 이지나
▲안무상: ‘도리안그레이’ 류석훈, ‘로기수’ 신선호, ‘곤투모로우’ 심새인, ‘마타하리’ 제프칼훈
▲극본상: ‘아랑가’ 김가람, ‘라흐마니노프’ 김유현, ‘곤투모로우’ 이지나, ‘인터뷰’ 추정화
▲음악상: ‘페스트’ 편곡 김성수, ‘더맨인더홀’ 작곡 민찬홍, ‘무한동력’ 작곡 이지혜, ‘라흐마니노프’ 작곡 이진욱·김보람, ‘아랑가’ 작곡 이한밀
▲무대예술상: ‘마타하리’ 조명 구윤영, ‘곤투모로우’ 의상 민천홍, ‘더맨인더홀’ 무대미술 박동우, ‘도리안그레이’ 영상 박준, ‘마타하리’ 무대 오필영
▲각색번안상: ‘스위니토드’ 김수빈, ‘킹키부츠’ 김수빈·이지혜, ‘드라큘라’ 원미솔·정한솔,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이지나, ‘위키드’ 이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