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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그땐 그랬지!" 뮤지컬 1세대 남경주·전수경의 과거 히스토리

지금은 뮤지컬계 산증인…과거엔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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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10.27 15:33:31

[인터뷰①] 남경주·전수경 "14년 만에 중년 로맨스 커플 된 현재"에 이어…


② 과거의 이야기 - 핸드 마이크를 목에 걸던 시절


▲남경주(왼쪽)와 전수경은 1세대 뮤지컬 대표 배우로 꼽힌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뮤지컬 무대를 지켜온 이들의 호흡이 뮤지컬 '오! 캐롤'에서 펼쳐진다.(사진=쇼미디어그룹)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예전 무대에서는 ‘재수 없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전수경의 한 마디에 남경주도 함께 빵 터졌다. 현재는 뮤지컬 1세대의 대표 배우가 된 이들. 출연 공연마다 가장 고참일 때가 다반사다. 뮤지컬 ‘오! 캐롤’에서도 최고참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그래서 간혹 선배들을 만날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하지만 이는 이들을 바라보는 후배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30년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무대를 지키는 이들을 롤모델로 삼은 후배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경주와 전수경이 애초부터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과거에 대해 묻자 ‘재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화수분 같이 쏟아져 나왔다.


“남경주 오빠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출연했을 때였는데요. 그때는 관객 문화가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무대에서 키스신이 있었는데, 진짜 입을 맞추는 지금과 달리 그때 공연들은 하는 척을 했어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앞에 앉아 있던 중학생 관객들이 ‘어우, 재수 없어’라고 하는데 그게 다 들리는 거예요. 지금 표현으로 하자면 멘붕이었죠(웃음).” (전수경)


‘캣츠’ 출연 때는 객석 사이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관객이 “제발 오지 말라”고 진저리를 치기도 하고, 지인들은 분장한 자신을 보고 “너 수경이 맞아?” 하고 붙잡고 말을 걸기도 했단다.


이처럼 관객 문화도 달랐지만 환경도 많이 달랐다. 지금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3000억 규모로 성장했고, 매년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남경주와 전수경이 활동한 1990년대 초반에는 정식 라이선스 절차도 없이 작품을 눈으로 본 뒤 어림짐작으로 베껴서 오르는 경우도 많았고, 무대 상황도 열악했다.


“연습 시간은 지금처럼 많이 주어졌어요. 그런데 초창기 무대엔 기술적인 허점이 많았죠. 무대 셋업 기간이 매우 짧아서 연습은 두세 달 정도 했는데, 정식 무대에서는 하루, 이틀 만에 맞춰봐야 했어요. 앞에서는 무대가 그럴 듯한데 뒤에서 보면 무너질 듯 아슬아슬 못이 박혀 있었고요. 분장도 이 하루, 이틀 사이에 확인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리허설 때 무대 위 분장한 바로 옆 사람을 몰라보고 ‘너 누구야!’ 할 때도 있었어요(웃음). 의상은 또 어떻고요. 공연이 7시에 오픈인데, 4시까지 안 와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막상 의상을 입었는데 팔이 안 움직일 때도 있었어요.” (전수경)


▲뮤지컬 '오! 캐롤' 티저 영상 속에서 음악에 신나게 춤을 추는 남경주의 모습. 남경주는 뮤지컬 '오! 캐롤'의 매력으로 감성 충만한 음악을 꼽았다.(사진=쇼미디어그룹)

노래가 필수인 뮤지컬에 마이크가 부족할 때도 많았다고. 남경주는 “마이크가 부족해서 노래를 더 잘하는 배우에게 마이크를 주고, 다른 배우들은 그 배우 가까이로 이동해 고개를 들이대고 함께 부르기도 했어요”라며 “정말 상황이 열악할 때는 핸드 마이크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옷 안에 숨겨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움직일 때마다 옷 안에 대롱대롱 달린 마이크가 마구 움직였죠. 마이크가 떨어질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라며 웃었다.


지금은 웃으며 되새기는 추억이지만 당시엔 아찔했던 기억들이다. 배우들의 순발력이 정말 중요했다. 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힘들었지만 공연을 사랑하는 배우, 스태프의 열정이 모여 하나의 무대가 꾸려졌다. 그리고 그 시절의 어려움이 지금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요즘 헬퍼 친구들을 보면 괜히 미안해질 때가 있어요. 우리 때는 스스로 의상을 다 체크하고 알아서 입었거든요. 그 습관이 알게 모르게 아직 몸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또 90년대에는 배우들이 직접 홍보도 하고 세트도 날랐어요. 배우들이 무대 세트에 빠삭한 게 당연했죠. 그게 지금도 많이 도움이 돼요. 공간을 파악하고, 조명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다 알고 무대에 서는 것과 모르고 서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거든요.” (남경주)


전수경 또한 무대 세트 지식에 빠삭한 면모를 보였다. 거침없이 전문 용어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전수경은 “90년대 ‘캣츠’ 때 직접 세트를 나르고 분장도 알아서 하고, 홍보까지 배우들이 나서서 했어요. 공연 끝나고 캣츠 분장 그대로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죠. 참 열정 가득했어요”라며 그 시절에 흠뻑 취한 모습을 보였다.


열악했던 환경은 점차 변화를 거치며 나아졌다. 남경주는 1996년 정식 라이선스로 무대에 오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습할 때 처음으로 무대 마킹을 마주했다고 한다. 이전엔 알아서 눈대중 식으로 동선을 맞췄다면, 무대 마킹을 통해 명확한 동선을 체크할 수 있었다. 불안 불안했던 무대 세트도 전문 인력을 통해 제대로 모습을 갖춰나갔고, 이제는 안심하고 무대에 선다.


현재 ‘오! 캐롤’의 연습도 매우 쾌적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남경주와 전수경은 “그땐 그랬지” 하고 추억에 한창 젖었다가 현재의 연습 상황에 대해서도 신나게 말하곤 했다. “배우들이 얼마나 신나게 연습했는지 무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장담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우리 참 그래도 잘 버티고 잘 해 왔다고요. 후배들을 보면 ‘우리가 그냥 있었던 건 아니었구나’ 싶죠. 뮤지컬 1세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죠. 그저 열심히 배우로서 무대에 서 왔을 뿐인데, 너무 거창한 타이틀을 주는 게 아닌가 할 때도 있고요. 그저 예전에도 그래왔듯 현재 하는 무대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려 해요(웃음). 타이틀을 부담스러워만 하지 않고, 후배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함께 무대에서 즐겁게 공연하도록 책임감을 가져야죠.” (남경주, 전수경)


남경주, 전수경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1월 19일 개막하는 뮤지컬 ‘오! 캐롤’에서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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