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숲이 펼쳐졌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초록빛의 숲이 보이는가 하면, 흑백의 차갑고 고요해 보이는 숲, 파스텔톤의 묘한 숲도 있다.
소피스 갤러리가 숲을 통해 상처받은 현대인의 삶을 그리는 김유정 작가의 개인전 '숲'을 10월 29일~12월 17일 연다.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 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를 거쳐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 박사과정을 졸업한 작가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벽에 스크래치를 가하는 프레스코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근작을 중심으로 프레스코 회화와 설치, 사진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일방적인 돌봄의 행위를 통해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자연과 인위의 공존에 대한 기록을 풀어내는 것.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이뤄진 세계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이 정말 자연스러운 것인지 의문이 드는 세상이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내면을 포착한다. 그런데 이에 머무르지 않고 자꾸만 그 내면을 긁어내 눈길을 끈다. 아픈 상처를 더 긁어내는 건 어쩌면 그 내면에 더 집중해보려는 작가만의 역설적인 접근 방식일지도 모른다.
소피스 갤러리 측은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철사 드로잉으로는 사랑하는 대상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고, 설치 작품을 통해 쉼조차 강요받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 공간은 자연의 정원처럼 꾸려졌다. 작가는 정원의 자연스러움을 통해 길들여진 현대인의 상실된 내면을 시각적으로 정화시키고, 풍경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며 "또한 작가의 오랜 '긁기의 외상적 행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의 작품을 보며 이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