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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APAP 5] 즐거운 공공미술, 안양에서 만나요

난해한 주제 덜고 시민과 만난 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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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7호 윤하나⁄ 2016.10.31 13:35:40

▲안양파빌리온 내부에 전시된 크리스티나 김의 돌베개 쿠션. (사진 = 주용성)


공공미술의 가장 익숙한 형태로 마을 벽화, 고층 건축물 주변의 대형 야외조각품, 공원에 놓인 환경 조각 등이 꼽힌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벽화, ‘1% 에 의한 야외조각을 넘어서 진짜 공공을 위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로 지역과 시민을 위한 예술축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소개한다.

    

APAP 5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축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이하 APAP)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1015일부터 열린 APAP 5는 두 달간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시 일대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때만큼은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

     

이번 APAP 5는 안양의 공공예술축제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별도의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비엔날레 등 대부분의 미술 축제들이 매회 난해한 주제를 내세우는 것과 비교하면 되레 이번 APAP 5의 성격을 잘 반영한 선택이다. 지난 4번의 APAP는 건축 또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 축제 자체의 인지도가 아쉬웠던 만큼 올해의 행사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며 안양이란 도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과 만나는 공공예술을 지향한다. 일시적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이 되는 공공예술을 추구하며 공공예술을 통해 도시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유도해 시민의 일상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가능성과 역할을 제시한다,

   

▲마이클 주, '중간자(안양)'. 2016. APAP 5 커미션. (사진 = 김중원)

 

안양의 지역성과 역사 돌아보기

지역의 성격을 빼놓고 공공미술을 이야기할 순 없다. 축제가 기획되고 열리는 안양시의 이름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사찰 안양사(安養寺)에서 유래했다. 불교에서 안양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쉬게 하는 이상향과 같은 곳을 말한다. 5개의 산과 8개의 강에 둘러싸여 영적인 기운을 지닌 도시로도 불린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는 안양의 일부가 유원지가 됐고, 한국 전쟁 이후에는 섬유 산업과 제지 산업으로 인한 오염으로 산업공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재에는 동쪽의 평촌이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는 한편, 서쪽은 만안구를 중심으로 구도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역성을 바탕으로 작가 20명과 작가 집합 3(총 작가 56)이 초대돼 안양 곳곳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작가 마이클 주는 지난 5월 돌산인 삼성산을 여러 번 오르며 경험한 영적 에너지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전에 스웨덴 남부에 설치한 기존 작업 중간자를 삼성산에 다시 제작하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한다. 땅을 반구 형태로 깎아 화강암으로 벽을 두르고, 한 가운데에 동으로 만든 기둥을 세운 중간자는 흡사 안테나 혹은 해시계와 닮았다. 이 작품의 특징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부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둥은 산화될 것이고, 접시의 돌은 조금씩 위치가 변하고, 그 사이에 풀이 자라고 벌레가 지나는 구멍이 생길 것이다. 작가는 이같은 변화로 작업이 언젠가는 살아있는 유적이 될 것이라 설명한다.

 

▲리사 시걸, '안양 수영장 - 50미터의 안양 역사'의 제작 장면. 2016. APAP 5 커미션. (사진 = 김중원)

 

작가 리사 시걸은 한 때 수백만 명이 방문하던 옛 안양 유원지의 야외수영장 터에서 안양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비 역할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7년까지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던 이 잃어버린 수영장에서 작가는 수영장의 축대 벽과 수영장 관람석 일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복원한다. 축대벽 위로 여러 번 덧칠한 파란색 페인트도 부분적으로 복원하며 시간을 흔적을 강조했다. 작가는 남아있는 수영장의 흔적을 정리하며, 오랜 기간 인내하며 남아있는 것들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김소라 작가는 도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오래된 생태계를 관찰한다. 재개발이 추진되다 취소된 한 연립주택을 오래 관찰하고 그곳에서 발견한 삶의 흔적과 구조를 사진으로 남겼다. 작가는 이 사진을 버스정류장과 버스에 게시하거나, 신문 광고지 형태로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에 끼워 배포한다. 안양의 개발되지 않았지만 기억 속으로 사라질 장소들을 이미지로 남기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상점 속 예술' 허강일 작가가 소나무식당에 벽화를 그렸다. 2016. (사진 = 김중원)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색다른 공공미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곳인 공공장소는 미술에서 그 의미가 다소 불분명하게 사용돼왔다. APAP 5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의미의 공공장소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전시를 위한 공간을 삼성산 자락의 안양예술공원에만 한정짓지 않고, 도심 곳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박보나 작가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안양역 지하철 플랫폼 광고스크린 4개에 영상을 상영한다. 락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곡 패러다이스 시티를 연주하는 영상으로, 안양이 가리키는 극락정토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작품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임흥순 작가의 영화는 안양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평촌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의 신작 려행은 남과 북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바탕으로 마음속으로나마 북한을 여행하며 분단 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고자 려행이란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려는 시도는 상점 속 예술에서 특히 드러난다. 안양예술공원 인근의 상점들을 작은 전시공간이 되는 프로젝트다. 안양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상점 주인과 소통하고 그 결과를 작가들이 작품으로 만들고 전시한다. APAP 5 축제 방문객은 물론, 삼각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벌써 팔린 작품도 있을 만큼 반응이 좋다.

 

▲조은지 작가의 퍼레이드 '행진(태양은 땀을 통해 흐른다)'. APAP 5 커미션. (사진 = 주용성)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향연

APAP 5는 매 주말마다 작가들의 퍼포먼스, 영화 스크리닝, 플리마켓, 퍼레이드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뿐만 아니라 11월 초부터 음악가, 무용가, 문인들을 초대해 강연 등을 열거나, 깜짝 힙합 공연도 준비 중이라고 하니 방문 전에 홈페이지(www.apap.or.kr)를 확인하면 좋다. 작품들 간의 거리가 다소 멀기 때문에 미리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고, 여유 있는 일정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안양예술공원 인근에서 작품을 감상할 경우, 안양 파빌리온에 들러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커미션을 통해 앞으로 완공되는 작품 3점도 2017년에 완공 예정이다. 공공예술프로젝트인 만큼 대부분의 작품들이 상시 전시되기 때문에 전시기간 이후에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APAP 5 본 전시는 1215일까지. 


▲박보나, '패러다이스 시티'의 제작 장면. 2016년. APAP 5 커미션. (사진 = 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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