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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외로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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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9-520호 김연수⁄ 2017.01.19 17:10:34


‘외로운 도시’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옵저버’의 부편집장을 지내고 ‘가디언’ ‘뉴욕 타임즈’ 등 유수의 매체에 기고하고 있는 문학-예술 비평가 올리비아 랭이 뉴욕의 예술가들로부터 고독의 의미를 찾는 책이다.

30대 중반에 사랑을 좇아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실연을 했고, 고립감, 우울, 피해망상으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저자 랭은 고독에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을 예술가들이 남긴 고독의 흔적에서 찾는다.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가리켜 “미국적 고독의 낭만적인 이미지 가운데 가장 통렬하고 쉬지 않고 복제되는 작품”이라고 했다. 저자 랭은 호퍼의 그림에 나오는 여자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호퍼가 스스로 고독을 그린 적이 없다고 했음에도 사람들이 호퍼의 작품에서 느끼는 고독과 도시가 만들어 내는 기이한 고립감의 원천을 추적하며 호퍼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그림의 마법을 찾아낸다. 

에드워드 호퍼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듯 보이는 앤디 워홀은 흔히 화려한 삶, 의미 없는 작품, 유명세에 올라탄 예술가로 평가받곤 한다. 랭 또한 자신이 외로워지기 전에는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외로워진 후에야 그에게 매혹되었다고 밝힌다.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고, 가난했으며, 무도병을 앓았고, 동성애자였던 워홀. 그는 차별성의 고독, 바람직하지 못함의 고독, 무리 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음의 고독이 누구보다 몸에 깊이 새겨진 사람이었다. 랭은 그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밖에도 아무도 모르게 자기만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했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헨리 다거의 콜라주, 동성애와 섹스를 주제로 삼고 에이즈 운동을 펼쳤던 행동예술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의 가면, 상실과 단절의 상처를 실로 꿰매고자 했던 설치미술가 조 레너드의 이상한 열매까지. 랭은 이들이 남긴 외로움의 다양한 조각을 유연하게 이어붙이며 ‘우리가 거주하는 고독이라는 도시’의 맨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출판사 어크로스는 서평에서 “‘외로운 도시’는 우리에게 외로움에 대한 눈부신 경의를 선사하며, 타인에게 우리가 지금보다 더 다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다.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1만 5000원 / 어크로스 펴냄 /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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