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담철곤(사진) 오리온그룹 회장을 회사 소장 미술품을 위작으로 바꿔치는 수법으로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약탈경제반대행동과 예술인소셜유니온, 문화문제대응모임 등 시민단체 3곳은 “담 회장은 오리온 그룹 소유의 미술품인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Triple Tier Flat-sufaced Table·이하 '트리플 테이블')과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무제'를 각각 횡령했다"고 고발장에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트리플 테이블’은 담 회장이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유정훈 쇼박스 대표에게 지시해 오리온 양평연수원에 전시 중이던 진작을 2014년 2월 13일 임의로 반출했다. 이후 2014년 10월 6일경 서미갤러리 직원 최모 씨로 하여금 모조품을 진품 대신 입고하는 방법으로 빼돌려 시가 2억 5000만 원 상당의 진작 1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장 뒤뷔페의 ‘무제’의 경우, 담 회장이 2013년 4월경 오리온이 쇼박스로부터 임차해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무실에 걸어놓은 진작을 2014년 5~6월경 담 회장의 성북동 자택으로 빼돌려 1억 7400만 원 상당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권혁빈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풍문으로만 전해오던 ‘위작을 활용한 바꿔치기’ 수법이 사실임을 보여줬다”며 “위조품을 활용한 횡령이니만큼 서미갤러리와 연결된 위조품 생산과 유통라인의 실체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이어 “미술품을 범죄의 도구로 활용하는 악습은 미술시장의 불투명한 거래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는 미술품유통법의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리온 측은 "양평연수원에 전시 중이라는 '트리플 테이블'은 입고된 적 없는 작품"이라고 말하며, 장 뒤뷔페의 '무제'에 대해서도 "이미 검찰 수사를 받은 건으로, 여전히 이 부회장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 미술품 관련 수사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미술품은 철저히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처장은 "고발에 이어 오리온 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양심선언이 4월 초에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