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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② 핸즈인팩토리] “그냥 산다고? 즐겁게 살자고, 핸즈 인!”

초식동물 의인화한 ‘러닝 혼즈’에 담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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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6호 김금영⁄ 2017.05.19 15:31:07

가나아트센터와 아트벤처스로부터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은 핸즈인팩토리다.


▲핸즈인팩토리의 이재헌(a.k.a UpTeMPO)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핸즈 인(Hands in)!” 농구 등 스포츠를 할 때 팀워크를 다잡기 위해 손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이 ‘핸즈 인’을 외치며 두 작가가 모였다. 이재헌(a.k.a UpTeMPO), 박태준(a.k.a RocKOON)이 2008년 창작 집단이자 브랜드인 핸즈인팩토리를 결성했다. 그리고 최근 하종훈이 합류하면서 삼총사가 됐다.


이들이 손을 잡고 제4회 아트토이컬처에서 스웨그(swag, 힙합 뮤지션의 자유로움-자아도취를 뜻하는 단어로, 멋있다는 의미로도 쓰임)가 넘치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아트토이컬처엔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귀엽고 발랄한 면모의 작품들도 많이 보였다. 그중 핸즈인팩토리의 작품은 유독 스웨그가 흐른다. 큰 뿔을 머리에 단 캐릭터가 맥주 한 잔 하며 여유롭게 게임을 하는 모습, 피자 배달을 하는 모습, 이발소에 서 있는 모습 등이 보였는데, 일상의 모습을 순간포착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포스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이재헌 작가 또한 이 캐릭터와 비슷한 포스를 내뿜었다.


핸즈인팩토리는 어떻게 모이게 됐고, 캐릭터는 어떤 과정에서 탄생했으며, 이들은 작품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걸까. 아트토이컬처가 끝나고 이재헌 작가를 다시 만났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핸즈인팩토리라는 이름의 뜻.


▲핸즈인팩토리, '블랙 잭스 바버 숍(Black Jack's Barber Shop)'.(사진=핸즈인팩토리)

“힘을 모으는 구호인 ‘핸즈 인’에, 우리가 꿈꾸는 걸 만드는 꿈의 공장이라는 의미,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의미를 다 담아 팩토리를 붙였어요. 우리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자유로운 스트리트 컬처(street culture, 젊은이들 간 공통되는 가치관 및 생활양식을 담은 거리 문화로 힙합, 그래피티 등 거칠고도 자유로운 성격을 지닌 문화가 대표적으로 이야기됨)를 좋아했죠.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점이 잘 통했고,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점은 이들의 활동명으로도 인지된다. 스트리트 컬처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힙합 신에서는 래퍼들이 이름이 아닌 a.k.a(also known as의 약자), 즉 예명으로 활동한다. 이들도 예명이 있다. 이재헌의 a.k.a는 업템포(UpTeMPO)다.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묻자 “나이키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나이키 에어 모델 중 하나의 이름”이라고 답했다.


“거창한 뜻을 담은 예명을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외국 구매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니 잘 알아듣지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각자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주변에도 키도, 레이디 브라운 등 재미있는 예명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러닝 혼즈가 가진 스웨그(swag) 그리고 생존


▲핸즈인팩토리, '핫 핫 피자 스트리트 레스토랑(Hot Hot Pizzza Street Restaurant)'.(사진=핸즈인팩토리)

예명에서도 얼추 느껴지듯 이들은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고 몰두하는 데 관심이 정말 많고, 이것이 1순위다. 이게 별다른 일이 아니라고? 알고 보면 가장 힘든 일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또는 생계를 위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접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그냥’ 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핸즈인팩토리의 주요 시리즈인 ‘러닝 혼즈(Running Horns)’에 담겼다. 핸즈인팩토리가 가장 오랜 시간 작업해 왔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직역하자면 ‘달리는 뿔’.


“러닝 혼즈는 초식동물이 모티브예요. 이전에 나이키 광고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운동선수도 나오고, 무언가에 몰두하다 실패하는 사람의 모습도 나오고, 우주 빅뱅의 엄청난 폭발력도 나왔죠. 그 중간에 육식동물을 피해서 엄청 빠르게 도망가는 초식동물의 모습이 나왔는데, 특히 임팩트가 있었어요. 진짜 살려고 미친 듯 뛰더라고요. 거기에서 사람들 모습이 보였어요. 항상 쉬면 안 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야 하는 사람들 모습이요. 그래서 가젤, 버팔로, 사슴 등 초식동물을 의인화시켜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어요.”


처음엔 필사적인 생존의 모습을 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러닝 혼즈는 또 다른 생존의 의미를 담게 됐다. 초기 작업 때는 ‘달리는 게 사는 것’이었지만, 그게 과연 ‘진짜 사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 것. 여기엔 작가의 경험도 들어갔다. 작가는 본래 체육교육을 전공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군대를 갔다 오고 일본에 어학연수를 갔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양복을 입고 번듯한 회사를 다녀야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길거리 화가, 댄서, 피규어 아티스트 등 좋아하는 걸 좇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그걸 보고 "이게 진짜 삶이구나"라고 어렴풋이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되돌아보니 그림이 있었다. 그렇게 캐릭터 디자인에 빠져들었다.


▲핸즈인팩토리는 올해 아트토이컬처에서 디테일이 느껴지는 '공간'을 콘셉트로 끌고 들어 왔다. 공간 구현에 임태희 작가가 힘을 실어줬다.(사진=핸즈인팩토리)

“‘달려야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지금은 ‘살아간다는 것’에 더 중점을 뒀어요. 흔히들 삶을 달리기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그런데 100m 달리기처럼 짧은 순간에 전력 질주를 하는 게 아니라, 길게 마라톤을 하듯 페이스를 지키고 주위도 돌아봐야 재미있게, 즐겁게 오래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입신양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빨리만 달린 결과예요. 그래서 좋아하는 걸 찾고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게 비록 대중적은 아닐지라도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게 더 행복한 거 아닐까요?”


또 초식동물이 모티브이지만 러닝 혼즈의 뿔 달린 캐릭터들은 결코 약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웨그를 내뿜고 쿨한 느낌이다. 육식동물과 싸워도 질 것 같지 않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이재헌 작가는 “약해서 도망가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비록 약자일지라도 필사적으로 그래도 나름의 이유를 갖고 살아가는 그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도 멋있게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왜 계속 달리지?"라고 고민해본 적 있나요?


▲핸즈인팩토리의 스튜디오 공간. 이재헌 작가가 '뉴에라(NEW ERA)' 컬래버레이션 작업에 몰두 중이다.(사진=핸즈인팩토리)

특히 이번 아트토이컬처에서는 이 캐릭터와 더불어 신경 쓴 점이 있다. 핸즈인팩토리는 “매 전시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한다. '타이페이 토이 페스티벌' '아트토이컬처(서울)' '토이 소울(홍콩)' '상하이 코믹콘(중국)' '쿨레인스튜디오 전시(서울)'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해 왔는데,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매 전시 때마다 새로운 걸 하려는 이유는 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그게 캐릭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요. 스스로도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기도 해요. 예전엔 멋있는 오브제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 투지, 하다못해 실소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감정적인 교류나 메시지요.”


그 결과 지난해엔 스토리를 테마로 한 작업을 영상으로 선보였다. 하루의 일과를 달리기로 표현해 인생에 대입했다. 아침에 이를 닦으며 거울을 보다가 ‘왜 이리 일찍 일어나야 하지?’ 생각하며 계속 달리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달리면서도 계속 ‘왜 달리지?’ 고민한다. 그렇게 달리다 막다른 절벽 지평선까지 갔는데, 또 새로운 지평선이 보인다. 입시가 끝인 줄 알았는데 취업의 문이 또 등장하고, 이후엔 결혼의 문이 등장하는 등 끝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캐릭터는 절망할까? 다시 신발 끈을 매고 달린다. ‘왜 난 달리는 걸까?’ 고민하면서 뛰어가는 캐릭터에서 인생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 엿보인다. 왜 달리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핸즈인팩토리, '벙커 포 파이어 혼(Bunker for Fire Horn)'.(사진=핸즈인팩토리)

그리고 올해 미니어처 아티스트인 임태희 작가, 그리고 비쥬얼 그래픽팀 'G·A·L'과 함께 ‘공간’을 테마로 스토리가 느껴지는 디오라마를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베이비 혼즈(Baby Horns) S.3 포트 녹스(Fort Know)’와 키도(KIDDO)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한정품을 최초로 공개, 발매했다.


“스토리를 넣는 작업을 시도한 뒤, 이번엔 직접 설명해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만들었죠. 예컨대 그냥 이발사 캐릭터가 있으면 명확하게 이 캐릭터가 이발사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미용도구나 의자, 거울 등이 갖춰진 공간이 함께 등장하면 바로 눈치 챌 수 있죠. 공간 구현에 특히 임태희 작가가 많이 힘을 보태줬어요.”


방식은 다양화됐지만 이 작업 또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블랙 잭스 바버 숍(Black Jack's Barber Shop)’엔 포스 넘치는 이발사가 등장한다. 미용실 문화가 주를 이루면서 이발소 문화가 약해지던 중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숍과 헤어컷으로 인기를 끄는 남자 이발사들이 많아졌다. 이렇듯 각각의 공간에는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과 나름의 신념을 찾아 살아가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핸즈인팩토리, '갈스 웨이브 서프 숍(GAL'S Wave Surf Shop)'.(사진=핸즈인팩토리)

핸즈인팩토리는 캐릭터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크루다. 이들의 작업이 ‘아트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 장르에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실 아트토이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만들어진 말인데, 처음엔 장사하는 사람들이 토이를 더 비싸게 팔기 위해 포장하는 말인 것 같아 안 좋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토이에 자신의 생각과 혼을 담아 정성껏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봤어요. 이게 유행일 수도 있지만, 결국엔 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로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아하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담는 거요. 토이라서 갖고 싶은 것보다 자신의 추억, 취향, 꿈을 사는 거죠. 그래서 아트토이라는 장르가 앞으로도 꾸준히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 같아요.”


▲플레이보이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 웅장한 뿔이 눈에 띈다.(사진=핸즈인팩토리)

이재헌 작가는 자신을 ‘토이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래서 일 자체가 그에겐 신나게 노는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스케치를 하고, 영상도 찾아보고, 그림을 보는 것도 다 그에겐 작업이자 놀이다.


“숙제가 많아요. '현재를 가장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주의라서 미래의 큰 그림은 없지만, 그만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고, 새로운 작업도 들어가고 싶고요. 또 핸즈인팩토리 팀 내에서 우리끼리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우리의 이런 감성을 변하지 않고 오래 유지하자고요. 마음 다스리는 게 가장 힘들어요. 억지로 즐기는 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더 마음껏 즐길 거예요.”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 그리고 메이슨 플럼리]


▲핸즈인팩토리가 나이키와 함께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큰 뿔을 단 캐릭터가 나이키 상품으로 몸을 감쌌다.(사진=핸즈인팩토리)

핸즈인팩토리는 다양한 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왔다. 그중 특히 주목받은 것이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 나이키는 1년에 한 번 에어맥스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올해 3월에는 핸즈인팩토리의 러닝 혼즈와 나이키가 만났다. 나이키의 신상 에어맥스를 신은 러닝 혼즈 피규어가 30개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컬래버레이션이 진행되고 핸즈인팩토리에게 SNS로 직접 연락이 왔다. “나이키 신발을 신은 러닝 혼즈 피규어가 정말 마음에 드는데 파는 거냐”며 “큰 크기의 피규어를 사고 싶다”는 요청이 온 것. 미국에서 온 메시지라 “배송료가 엄청날 텐데 괜찮겠냐”고 답을 줬는데, “가격은 상관없다”며 러닝 혼즈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알고 보니 NBA 농구선수 메이슨 플럼리가 직접 보낸 메시지.


▲리오카이류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된 서핑 캐릭터는 6분 만에 솔드 아웃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사진=핸즈인팩토리)

나이키와 계약돼 있는 선수라 나이키 측에 물어봤더니 “아주 기쁜 일”이라면서 독려했다고 한다. 핸즈인팩토리는 “농구 그리고 나이키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기쁜 일”이라며 “유명 선수가 우리 작업에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자체가 재산이고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핸즈인팩토리는 올해에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앞두고 있다. “작가와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컬래버레이션을 지향한다. 리오카이류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그런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핑 캐릭터가 6분 만에 솔드 아웃 됐다”며 “작가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재미있고 새로운 작업들이 많이 시도되길 바란다”고 이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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