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mother of pearl)라는 매체를 통해 존재의 숭고함과 초월성을 구현해온 김유선의 개인전 '파편화된 자기(Fragmented Self)'가 갤러리 플래닛에서 6월 15일~7월 14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3년 '눈물'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작가의 좀 더 깊어진 내면 세계와 자아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 담긴 설치와 오브제 작업 등 총 1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대표 작업은 자개로 이야기된다. 1990년대 초부터 자개를 마주하며 작업에 옮겨 왔다. 그런데 작가가 사용하는 자개는 단순한 매체가 아니다. 외부로부터의 불순물을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진주로 탄생시키는 조개처럼, 존재의 본질을 찾는다. 그리고 이 본질이 절망과 고통 속 발견되는 희망과 아름다움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작품 세계의 핵심인 자개 작업 외에도 유리알, 크리스탈, 바로크 진주, 문스톤 등을 사용한 공간 설치 작업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세밀하게 가공된 자개의 규칙적인 배열에서 벗어나, 자개의 거친 질감과 자유로운 형태가 자아내는 대범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처음으로 시도해 보여준다. 이건 최근 몇 년 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작가의 고민이 담겼다.
새롭게 시도된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작업들은 파편화된 자아, 내부에 숨겨진 거짓된 자아를 깨트리고 진정한 통합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천착해온 주제의 범주를 자신의 내면으로 더욱 좁혀 들어가는 것. 여기에는 작가의 고뇌와 성찰의 흔적, 정체성을 되찾은 예술가로서의 환희가 담겼다.
갤러리 플래닛 측은 "이번 전시에서 묵직한 주제와 함게 시각적으로는 빛의 반사가 더해진, 섬세하고 세밀한 작가만의 예술적 테크닉도 발견할 수 있다"며 "작품을 중심으로 공간, 빛과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역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를 확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무지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자개 작업을 타인에 대한 치유와 위로로 실천해 왔다. 타슈켄트의 고아원, 호놀룰루의 한인 양로원, 오슬로의 국립 병원 등을 찾아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예술 활동을 펼쳤다. 또한 이 기관들에 원형의 '무지개' 자개 작업을 기증하고, 고아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벽화로 옮겨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작가는 새터민 청소년 학교를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에 있으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