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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조낸 퐝당한’ 뮤지컬 ‘이블데드’ 9년만의 귀환 현장

“우린 B급” 당당히 내세우는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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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4호 김금영⁄ 2017.07.14 10:08:26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이블데드'는 B급 감성을 내세운 공연이다. 좀비들이 등장해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사진=㈜쇼보트)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병맛 코드, 이른바 B급 감성이 대세인 시대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처음엔 질이 떨어지거나 상대방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즉 형편없는 코드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그런데 이젠 유머 코드의 대표다.


아예 대놓고 “우린 B급”이라며 기승전결과 맥락 없는 상황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프로그램 ‘SNL 코리아’가 있고, 가요계에서는 오렌지캬라멜의 그 유명한 데뷔곡 ‘마법소녀’가 있었다. 특히 ‘마법소녀’는 도저히 무대 의상이라 할 수 없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과장된 의상과 노래 가사, 춤으로 처음엔 “저게 뭐야” 하며 충격을 줬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은 여기에 중독됐고 웃음이 터졌다. 인기 몰이도 했다. 가뜩이나 힘든 세상에 생각할 필요 없고, 격식 따위 갖추지 않고 오히려 모든걸 뒤집어 버리는 B급 감성의 병맛 코드에 오히려 통쾌함과 편안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리고 여기 이 키워드를 제대로 활용한 공연이 있다. 공연 홍보 문구부터 눈길을 끈다. ‘정말 황당한 뮤지컬’도 아니고 ‘조낸 퐝당한 뮤지컬’이다. 좀비를 처음 마주한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담은 대표곡 제목은 ‘조낸 퐝당해’라니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악령을 깨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애쉬 역의 강동호(왼쪽)와 애니/셀리 역의 김려원.(사진=㈜쇼보트)

뮤지컬 ‘이블데드’는 2003년 토론토, 2008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무려 9년 만에 돌아왔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편과 2편이 원작이다. 영화 자체도 B급 저예산 공포 영화를 표방했다. 그런데 공연은 원작의 공포를 더욱 과장해 공포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B급 감성을 더 강화했다. 관련해 임철형 연출은 “뮤지컬 ‘이블데드’는 내 첫 연출작이었다. 그 기억을 토대로 모든 에너지를 담아 재연에 힘썼다. 일반적인 것보다 더 과감하고 유치한 방법을 선택하는 데 몰두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대학생들로 시작된다. 이들은 오두막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고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본다. 그런데 테이프에서 악령을 깨우는 주문이 외워지고, 숲은 그들의 탈출을 막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 가운데 애쉬의 여동생 셰럴을 시작으로 여자친구 린다, 친구 스캇, 그리고 스캇의 여자친구 셀리까지 하나하나 좀비로 변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S마트에서 성실한 종업원으로 일하며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했던 애쉬는 이 상황에서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한 손엔 총, 다른 손엔 전기톱을 들고 악마의 처단자로 나선다.


좀비 콘텐츠는 다양하다. 드라마 ‘워킹데드’를 비롯해 영화 ‘28주 후’ ‘새벽의 저주’ 등 대표적인 명작들이 있다. 이 콘텐츠들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본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고뇌를 주로 보여준다면, 이를 비틀어버린 '병맛' 콘텐츠들도 눈에 띈다. ‘새벽의 저주’를 패러디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원작의 진지함을 비웃듯 이를 코미디로 소화해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이블데드’ 또한 그렇다. 좀비가 나타나 “너를 죽여버리겠다”며 살벌한 말을 내뱉고 피가 흩뿌려진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공연장에 펼쳐지는 워터파크와 EDM 페스티벌


▲S마트의 친절한 직원이었던 애쉬는 좀비들을 마주하면서 악의 처단자로 변화한다. 그런데 그 상황이 비장하기보다는 '웃프게' 그려진다.(사진=㈜쇼보트)

이는 오히려 공포를 과장된 상황으로 연출하기 때문. 극중 창자가 튀어나오는 엄청난 상황에서도 배우들은 “오우, 내 창자~” 하면서 능청스럽게 웃으며 연기해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젊은층이 즐겨 쓰는 신조어도 섞어 놓고, 다른 작품들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장면도 곳곳에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라라랜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드라마 ‘도깨비’ 등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패러디가 과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될 수 있는데 적절한 지점에 배치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임철형 연출은 “관객이 인지할 만한 소스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패러디를 넣고 싶었다. 초연 때와 달리 이번엔 ‘라라랜드’가 새롭게 들어갔다. 애쉬와 린다가 달콤한 사랑의 멜로디를 부를 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흥행에 성공한 ‘라라랜드’에서 요즘 트렌드도 읽을 수 있다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무리 병맛 콘텐츠라 해도 기본이 없었으면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 그냥 병맛이었을 것이다. 뮤지컬의 기본인 노래와 춤이 일단 잘 짜여 있다. 노래 제목인 ‘개죽음을 당해’ ‘엑스트라 좀비’ ‘젠장 망할년’ ‘박살내줬어’ 등과 가사 자체는 웃긴 것들이 많지만, 노래의 멜로디가 매력적이라 귀를 열게 된다.


또한 무엇보다 화려한 군무에 EDM까지 어우러진 ‘죽음의 춤을 춰(Do the Necronomicon)’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장면에서 스캇 역을 맡은 조권의 매력이 그야말로 폭발한다.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화려한 조명과 EDM 음악 속에 춤을 추는데, 조권이 이를 진두지휘하며 이끈다. 꼭 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조권(가운데)은 무대에서 날아다닌다. 끼를 펼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만나 좀비들의 군무에서 특히 활약한다.(사진=㈜쇼보트)

임철형 연출은 “클럽 문화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요즘 젊은 세대가 제대로 즐기는 분위기를 공연장에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초연 관객을 만나기 전에는 확신 없이 출발했는데, 이번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B급 감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변화로 ‘이블데드’는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수요일은 ‘피의 날’로 인기 몰이를 한다. 초연 때 ‘이블데드’가 유명해진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연 중간 좀비들이 객석 앞쪽에 뛰어들어 빨간색 피를 흩뿌린다. 일부러 이 피를 맞으려고 하얀 소복을 입고 오는 관객도 있었다고. 이번 공연에서는 빨간색이 아닌 물을 관객들에게 뿌리며 더운 여름 날 워터파크에 온 것 같은 시원함을 제공하고 있다. 물 맞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공연장에서 제공하는 우비를 입고 있으면 된다.


공연 관계자는 “물 양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적게 뿌리면 ‘왜 적게 뿌리냐’는 피드백이 있었고, 그에 따라 많이 뿌리자 ‘왜 이리 많이 뿌리냐’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래서 적당히 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피의 날 행사 또한 ‘이블데드’를 즐길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공연은 특히 커튼콜이 백미다. ‘끝나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을 제대로 실천한다. “끝난 줄 알았지?” 식으로 제대로 관객과 밀당을 벌이며 마지막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공연장을 미리 떠서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공연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9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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