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여름 극장가 최약체 아니었다…개봉 6일째 200만 관객 돌파
여성·소수자 묘사에 대한 비판 불구 올여름 유일한 코미디로 호평
▲영화 '청년경찰'이 개봉 6일만인 14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은 주인공 강하늘(왼쪽)과 박서준.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영화 ‘청년경찰’이 개봉 6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지난 9일 개봉한 '청년경찰'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13일까지 194만 8271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4일 오후 4시 현재 실시간 예매율 집계 결과 예매 관객 수 10만 5721명을 기록 중이어서 이날 200만 관객 돌파가 기정사실이 되었다.
최약체 우려에도 불구, 웃음 가득 코미디로 흥행 성공
‘청년경찰’은 현장 경험이 전무한 경찰대생 청년 둘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 영화다. 김주환 감독의 데뷔작이며 2014년 류승룡, 이진욱 주연의 액션 영화 '표적'의 프로듀서였던 이준우 PD가 제작을, '불신지옥', '건축학개론' 등을 촬영한 조상윤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는 등 충무로의 베테랑 스탭들이 함께한 작품이다.
개봉 전 이 영화는 젊은 대세 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고,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청년들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와 코믹한 장면들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올여름 '택시운전사', '군함도',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 대작들의 위세에 밀리는 분위기였다.
제작비 규모에서 이미 '청년경찰'은 동시기 경쟁작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제쳐두고라도, '택시운전사'의 총제작비는 150억 원, '군함도' 제작비는 26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청년경찰'은 순제작비(총제작비에서 마케팅 및 배급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만 들인 비용)가 40억 원에 불과해 다윗과 골리앗'들'의 싸움이 따로 없는 듯 보였다.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청년경찰'의 두 주연배우 강하늘(왼쪽)과 박서준의 티켓파워는 동시기 경쟁작인 '택시운전사'의 송강호나 '군함도'의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등에 비해 부족한 편이지만 올여름 유일한 코미디 장르 한국영화라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를 따져 봐도, 대한민국 국민배우인 송강호를 비롯, 나오는 영화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황정민, 한류 스타 송중기, 소지섭 등 호화로운 이름들에 비하면 박서준과 강하늘의 존재감은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판세가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청년경찰'을 굳이 이 시기에 개봉시키려는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인 판단력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작이던 '군함도'의 관객 감소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면서 '청년경찰'은 9일 개봉일 1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고, 주말 이틀간 각각 57.2%, 57.4%라는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관객 수를 쌓아 나갔다.
개봉 2주차에는 광복절 당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택시운전사'에 이어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청년경찰'의 흥행에 걸림돌이 되겠지만, 주말 이틀간 기록한 높은 좌석 점유율을 고려하면 '청년 경찰'의 스크린 수가 당장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청년경찰'의 흥행 이유에 대해 "올여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진지한 영화들 사이에서 극장가 유일의 코미디 장르 한국영화라는 포지션 덕분에 여름 주말을 웃으면서 가볍게 보내고 싶은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얄팍하거나 과장된 유머로 일관하지 않고 액션, 미스테리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잘 버무려져 완성도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청년경찰'이 100만 명을 돌파한 시점이 올해 한국 코미디 영화 중 78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한 '공조'보다 하루 빠른 4일 만이라며, "올여름 극장가의 흥행 복병이었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청년경찰'에 대해 다수의 평론가들은 여성과 소수자를 그리는 방식에 배려와 고민이 없어 편견이 드러나고 있다며 지적했다. (사진 = 영화 홍보용 현장스틸)
▲'청년경찰'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대부분이 연애하고 싶은 상대나 범죄의 피해자 등 대상화된 시선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박하선(사진)이 연기한 주희 캐릭터만큼은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여성 및 소수자 그리는 방식에 "문제 있다" 지적
초반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비평적으로는 한가지 면에서 뚜렷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 및 배급사 측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평론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청춘 남성의 열정과 정의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젊은 여성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이들을 단지 욕망의 대상으로 그리거나 끔찍한 강력 범죄의 희생자로 그리는 방법 외에는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교포를 범죄자로 설정한 점도 장르적인 스테레오타입에 그쳤을 뿐이어서 소수자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적 편견이 드러났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또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다수의 관객이 이러한 비판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대중문화에 잠재된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이미 여러 해 동안 이어져왔는데도 불구하고, 2017년에도 여전히 이러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영화가 나오는 현실에 많은 관객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후반부에는 웃음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사회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 같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지만, 앞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제작 단계에서 선행되지 못한 점은 문제라는 지적을 피할 정도의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부정적 평가 의견이 뚜렷하긴 하지만 이 문제점을 제외했을 때는 호의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각본의 매끈한 완성도와 이야기 진행의 호흡, 유머에 대해서는 평론가나 관객 대부분이 일관되게 칭찬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지적한 평론가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관객 한줄평에서는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재미있다", "웃음 하나는 확실히 책임지는 듯", "생각 없이 웃고 즐겼다"는 등의 찬사가 훨씬 많아, 비판적인 관객들이 준 감점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 결과 14일 현재 네이버 포털에서 관람객 평점 8.8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2주차 이후 입소문에 의한 롱런도 기대된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