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2026.01.09 11:24:02
현대차·기아가 로봇이 네트워크 연결 없이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 칩’ 개발을 마치고 피지컬 AI 상용화에 본격 나선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파운드리 2026’에 참가해 AI 반도체 전문기업 딥엑스와 3년간 협력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칩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9일 밝혔다. CES 파운드리는 올해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AI·블록체인·양자기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집중 조명하는 무대다.
이번에 공개된 AI 칩은 5W 이하의 초저전력으로 구동되며,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인지와 판단까지 수행한다.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 지하 주차장이나 물류센터처럼 네트워크 환경이 불안정한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강점이다.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아 반응 속도가 빠르고, 보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 적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실증을 통해 기술 신뢰도를 검증했다.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AI 제어기는 2024년 6월부터 서울 성수동 ‘팩토리얼 성수’에 적용돼 안면인식 로봇 ‘페이시’와 배송 로봇 ‘달리 딜리버리’ 형태로 운영되며 성능과 품질을 점검해 왔다. 올해부터는 해당 AI 칩을 실제 양산 로봇에 탑재해 병원과 호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공동 연사로 나선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은 “피지컬 AI 실현을 위해 ‘공간의 로봇화’라는 비전 아래 로봇의 AI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온-디바이스 AI는 로봇이 실제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기아의 AI·소프트웨어 역량과 딥엑스의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비용 효율성과 성능,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통해 향후 양산 로봇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조기에 내재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산업 안전,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의 현장 투입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한 양산 경험과 밸류체인을 로보틱스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협력, 공항·병원 등에서의 실증 사업 확대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현 상무는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저전력이면서도 효율적인 로봇을 통해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를 통해 CES 2026 로보틱스 분야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