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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콘 없는 그 방에서 하룻밤 사이 일어난 일들

서울문화재단 2017년 시즌 프로그램 ‘에어콘 없는 방’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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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0호 김금영⁄ 2017.08.24 14:29:30

▲연극 ‘에어콘 없는 방’ 포스터.(사진=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신작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 연출 이성열)을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해 9월 14일~10월 1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2016년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의 주인공은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 상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이다. 그는 1919년 3·1 운동기 한국 독립운동을 상하이와 전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玄楯, 1880~1968)의 아들이자,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평양에서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1903~1956)의 동생이다. ‘에어콘 없는 방’은 한 인물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가 경험한 파국이 낳은 다면적이고 경계적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룬다.


극 중 배경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단 하룻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되고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해방 이후 3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70살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 머문다.


방 안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 1936년 대공황을 맞은 뉴욕, 1945년 9월 미군의 남한 진주, 1945년 해방 후 혼란기 남한,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던 미국, 1953년 6.25 휴전 협정이 한창인 한국, 1975년 극단적 유신 독재정권 하의 서울까지 폭넓은 현대사가 어지럽게 뒤엉키며 공존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뉴욕 연극계에 뛰어든 희망찬 젊은 피터와, 굴곡진 현대사를 겪으며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늙고 초라한 피터가 도플갱어처럼 등장한다.


무대 위에는 에어콘조차 없어 답답한 열기로 가득한 좁은 방만이 존재한다. 그 방 안에 갇힌 피터 현의 80여 년 인생과 함께한 개인의 지독한 고독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비극적 역사의 경로만큼 쓰라린 개인적 불행과 실패의 연속에도 의지와 열정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피터 현과 달리, 그 방엔 어디에도 출구가 없다. 열기와 광염, 혼란과 분열로 가득했던 한 개인의 삶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사적 울림은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역사의 진실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에어콘 없는 방’을 집필한 고영범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미 극작가로,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해 ‘이인실’, ‘방문’을 발표했다. 작품의 연출은 남산예술센터에서 ‘즐거운 복희’를 연출했던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대표, 상임연출)이 맡았다. 여기에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한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벽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벽산희곡상’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창작극 발견, 극작가의 창작 활동과 공연 제작 지원, 희곡 분야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2년 제1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878미터의 봄’(작 한현주, 연출 류주연)을 시작으로, 2013년 제2회 ‘아버지의 집’(작 김윤희, 연출 박정희), 2016년 제5회 ‘곰의 아내’(원제: 처의 감각)에 이어 네 번째 작품이다.


‘에어콘 없는 방’의 관객참여 프로그램으로 ‘남산여담’을 운영한다. 남산예술센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극장투어, ‘어바웃스테이지’는 9월 23일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당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성열(연출), 조만수(드라마터그), 한명구(배우), 김현중(배우)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피터 현’을 추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밖에도 이음 출판사와 함께하는 ‘이음희곡선 시리즈’도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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