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다르면서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을 한 공간에 어우르는 ‘대화(Dialogue)’전이 누크갤러리에서 9월 7일~10월 6일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고희승, 홍수연 작가가 참여해 갤러리 공간에서 작품으로 대화를 펼친다. 두 작가는 작업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고희승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시작해 수많은 과정의 변화를 거쳐 마지막 결과에 다다른다. 반면 홍수연은 우연적 현상을 배제하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통제된 과정을 통해 작업을 마친다.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넘어 끝없는 대화를 쌓아가 눈길을 끈다.
홍수연은 우연히 생겨난 듯한 형상들을 한 겹 한 겹 쌓아올리며 내면 깊이 잠재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작가 자신은 철저히 통제된 과정을 통해 작업한다지만, 홍수연이 무의식중에 만들어 내는 덩어리들은 추상의 유기적인 형태로 마치 계획 없이 손 가는대로 그려진 듯해 흥미롭다. 여러 겹 쌓아올려진 형상들은 매끄러운 화면 위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며, 조심스럽게 다른 덩어리에게 다가가 소곤거리는 듯, 속 깊은 이야기를 쉼 없이 전한다.
거리를 다니며 담아온 사물의 흔적들, 이리 저리 만들어 놓은 기억의 작은 조각들을 끼우고 맞춰가는 고희승의 작업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조그만 금속조각이나 플라스틱, 돌조각 등을 구멍에 끼우고 맞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안에 풀어낸다. 손 가는대로 생각이 머무는 대로 작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장신구는 누군가의 가슴 위에 브로치로 달리고 목걸이로 걸려 새로운 주인의 기억을 만들어 간다.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는 “장신구의 작은 덩어리와 대비되는 그림 속의 커다란 덩어리들은 규모는 매우 다르지만 애매한 형상으로 겹겹이 쌓여 작가 자신들의 무의식 속에 잠긴 내면을 드러낸다. 자신들이 꺼내 보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그들은 작품을 통해 대화로 풀어내고 있다”며 “그 대화는 새로이 만나는 다른 이에게 전달되어 새로운 대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