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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전시] 흔한 플라스틱과 변기가 예술이 되다

‘상상 사용법’전과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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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4-555-556호 김금영⁄ 2017.09.21 15:55:03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평범함 속에서 발견한 기발함. 사람들이 일상에서 평범하게 쓰던 흔한 용품들이 예술이 됐다. ‘상상 사용법’전이 플라스틱,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전이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디자이너의 감성 입고 새롭게 태어난 플라스틱
‘상상 사용법’전


▲필립 스탁, 안토니오 치테리오, 피에로 리소니가 플라스틱의 투명함, 가벼움 등 특성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플라스틱을 빼놓은 생활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어느새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통에 반찬을 담고, 물을 담을 뿐 아니라 책상, 의자, 가위 손잡이, 가방, 볼펜 등 주위를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쉽게 보인다.


‘상상 사용법’전은 이 플라스틱에 주목한다. 전시를 기획한 디뮤지엄은 앞서 청춘을 주제로 한 ‘유스(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 다한 이야기’전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디뮤지엄은 “그간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는 전시들을 꾸리는 데 주력해 왔다. 누구에게나 열병처럼 찾아오는 청춘 또한 그 주제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라마리 체어.(사진=엔리케 바듀레스쿠, 디뮤지엄)

이어 “이번엔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플라스틱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필수 용품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플라스틱이 일상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플라스틱을 빼놓고는 이젠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기 힘들다”며 “또한 20세기 기적의 소재로 불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창의적인 것들 중 빼놓을 수 없는 플라스틱은 예술적 측면 또한 지녔다. 전시는 이 플라스틱의 여러 면모를 살핀다”고 밝혔다.


전시는 크게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먼저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까지 거대 플라스틱 조형물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이 공간은 ‘폴리머, 꿈꾸다’ 섹션이다. 플라스틱이 형태와 색을 갖기 이전 단계의 순수한 성질과 형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스스로를 연구하는 엔지니어라고 여기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도쿠진 요시오카의 작품이다. 그는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도쿠진 요시오카’를 설립하고 제품 디자인, 건축, 설치 등 폭넓은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해 왔다.


▲'상상 사용법'전은 일상으로 들어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다채롭게 변화시킨 플라스틱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M1층은 플라스틱이 다양한 색을 만나는 ‘컬러로 물들이다’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나다’로 꾸며진다. 전시장 입구에서 아무 색도 더해지지 않은 천연 플라스틱 자체를 봤다면, 이 공간에서는 공업용 재료에서 시작된 플라스틱이 제조 기술의 발달과 색의 도입으로 점차 다양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컬러로 물들이다’는 자연재료를 하나씩 대체하기 시작한 플라스틱이 1950년대로 들어오면서 유리 재질의 실험용 기구를 대신하고 가정용 소품에 이르기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나다’는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했던 1960~70년대에 불거진 플라스틱 부흥기에 주목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조명을 비롯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의자, 방수성과 가벼운 재질의 특성을 이용한 야외용 소품 등이 마련됐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라마리 체어.(사진=헬무트 뉴튼, 디뮤지엄)

계단의 화려한 조명부를 지나서 다다르는 M2층에서는 예술가의 독특한 관점에서 재해석된 플라스틱 제품들이 기다린다. ‘디자인, 풍경이 되다’ 섹션은 플라스틱과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사진과 영상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 보여준다. 카르텔의 사진집에 실린 사진 작품들을 소개하는 공간에서는 유명 사진가와 예술가들이 포착한 플라스틱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액자 틀 또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영상 공간에서는 전시 참여 작가들의 디자인 철학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이어지는 ‘마스터 디자이너, 일상으로 들어오다’ 섹션은 플라스틱이라는 특별한 재료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세 가지 테마로 나눠 보여준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생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에토레 소트사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첫 번째 테마는 패턴을 활용한 소트사소의 작품, 그리고 그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후배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스터 디자이너, 일상으로 들어오다' 섹션에서 천장 부분에 다양한 플라스틱 작품들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두 번째 테마는 디자인 거장 필립 스탁, 안토니오 치테리오, 피에로 리소니가 플라스틱의 투명함, 가벼움 등 고유 특성에 자신만의 감성을 녹아들게 한 작품들을 거대한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마치 회전목마가 돌아가듯 천천히 돌아가는 플라스틱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천장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세 번째 테마는 젊은 감각 디자이너들의 플라스틱 작품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시선을 위로 돌려야 한다. 투명하게 제작된 천장 부분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설치됐다. 마리오 벨리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 등의 감각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이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할 플라스틱의 미래를 암시하는 공간이다.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그룹 쇼메이커스의 영상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었던 플라스틱의 초창기처럼, 앞으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계속해 발전해 나갈 플라스틱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디뮤지엄에서 2018년 3월 4일까지.


배설의 도구→인테리어 소품 ‘변기의 재발견’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2관에서 열리는 '공예디자인박람회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전에 변기를 활용한 의자가 설치됐다.(사진=연합뉴스)

의식주를 구성하는 요소 중 주(住). 문명화된 사회에서 주를 구성하는 요소는 점차 세부적으로 다양해졌다. 욕실도 그 중 하나다. 그리고 욕실 용품 중 꼭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변기. 이 변기가 배설의 도구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2관에서 9월 21~27일 열리는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전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변기에 주목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공예디자인박람회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국내 공예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기획한 행사로, 매년 9월 ‘서울디자인위크’ 기간 중 열려 왔다. 올해 공예디자인박람회의 주제는 ‘주(住)_화장실 문화 변화에 따른 공예품’이다. 지난해 밥그릇을 소재로 식(食) 문화를 다룬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예디자인박람회는 매년 주제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큐레이터를 영입해 전시의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 내 왔다. 지난해 ‘식 문화’ 전시 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큐레이터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셀프 인테리어 노하우를 전한 제이쓴(본명 연제승·31)을 큐레이터로 선정했다.


▲로얄컴퍼니와 한국도자기가 함께 선보이는 미니어쳐 변기.(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제이쓴은 3년 동안 구독자 15만 5000명을 모은 파워 블로거이자, ‘제이쓴의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 ‘제이쓴, 내 방을 부탁해’ 등의 인테리어 서적을 쓴 작가다. 젊은 감각과 실용성으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제이쓴이 공예디자인박람회의 큐레이터를 맡아 생활예술로서 공예를 보다 친숙하게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프랑스의 예술가 마르셀 뒤샹이 남성 소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으로 공모전에 출품해, 미술계에 논란을 일으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재단은 현대미술의 전환점이 된 ‘샘’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아 공산품인 변기를 공예의 관점에서 돌아보는 취지의 전시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변기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배설의 도구로만 인식되던 변기가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예술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으로 이뤄졌다. ▲과거 화장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관’ ▲화장실을 이색적인 공간으로 표현한 ‘상상 화장실’ ▲공공화장실의 사례와 에티켓을 전달하는 ‘공공 화장실’ ▲환경을 생각하는 ‘똑똑한 욕실’ ▲연령대별 욕실 스타일을 제안하는 ‘인생 욕실’이다.


▲'상상 화장실'은 공상, 사색, 욕망을 분출하는 공간 등 화장실에 개인이 부여하는 의미를 과장되게 표현해 보여준다.(사진=서울디자인재단)

‘역사관’에서는 시대별 화장실의 모습을 보면서 화장실이 점차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상상 화장실’은 공상, 사색, 욕망을 분출하는 공간 등 화장실에 개인이 부여하는 의미를 과장되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공공 화장실’은 휴대용 화장실, 간이 화장실 등 공공화장실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실제 DDP 공공 화장실을 쇼룸으로 연출해 남녀 구분 없이 자유로운 화장실 관람이 가능하도록 한다. 


‘똑똑한 욕실’은 절수가 가능하고 배설물이 바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등 환경을 위해 진화되는 미래 화장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인생 욕실’은 30대 싱글남, 3년차 신혼부부, 두 딸을 둔 50대 맞벌이 부부, 자녀를 독립시킨 60대 부부 등 연령대별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연출된 네 가지 욕실 스타일을 소개한다. 일상의 흔한 용품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전시를 통해 맛볼 수 있다. 한편 관람객들은 80개의 판매 부스를 통해 화장지, 비누, 치약, 칫솔, 샤워기, 수건 등 욕실 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소품을 활용한 백인교 작가의 설치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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