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구 현대예술은 사기”라며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서구에서의 모던아트와 컨템퍼러리 아트의 개념적 구별이 애매한 사전적 번역의 차원으로 수용돼, 한국에서의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의 예술담론의 전개가 정교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한다. 또한 수많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무비판적으로 서구 중심의 ‘현대(컨템퍼러리)아트’를 가장 진보한 예술장르 또는 예술행위로 간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컬럼비아대학 예술철학 교수로서 뉴욕의 영향력 있는 네이션지 미술평론가로 활동했던 아서 단토의 컨템퍼러리 아트 이론의 허구성을 비판한다. 그리고 철학자 들뢰즈와 과타리, 한때 뉴욕 모던아트 담론을 주도했던 클레멘트 그린버그 등 현대주의 미술담론과는 상반되는 현대아트에 대한 존재론적 입장에서 모던아트의 대안적 담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던아트의 종말론에 대해서만은 들뢰즈의 대안적 담론이 예술 철학적으로 훨씬 우월한 것이며, 아서 단토의 컨템퍼러리 아트에 대한 담론은 뉴욕과 런던 중심의 영미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이익에 부합한 담론을 펴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저자는 모던주의 예술이라는 것은 그것이 문학이건, 음악이건 미술이건 다 같이 허무주의의 늪에서의 탈출을 위한 여러 가지 모색이 새로운 전위예술로서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왜 자발적으로 서구 예술인이 처한 허무주의의 역사적 운명을 짊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는가?”라며 화두를 던진다. 과학이나 테크놀로지와 달리 예술과 문화에서는 더 진보된 문화나 예술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한국 화가들 중 고대 선조들의 예술정신을 되살릴 가능성이 있는 작가 몇 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아트담론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단색화 또한 다룬다. 책은 1권 ‘근대와 현대에 대한 개념적 문제제기’, 2권 ‘21세기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신예술’로 구성됐다.
홍가이 지음 / 각 1만 7000원 / 소피아 펴냄 / 1권 308쪽, 2권 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