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추운 기운이 한풀 꺾이고 따뜻한 햇볕이 조금씩 다가오는 봄, 바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뮤지컬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뮤지컬 '레드북'이 있다.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대였다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당차고 진취적인 여자주인공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남자주인공 브라운이 만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또한 여주인공이 쓰는 야한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을 통해 보수적인 시대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당당히 서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녀가 겪는 차별과 편견이 현재 우리 사회와 맞닿아 있어 더 흥미롭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드롬을 만든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가 뭉친 이 작품은 지난해 시범공연 당시 매진 사례를 이어 본 공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근 복면가왕의 '집시여인'으로 가왕을 차지했던 아이비와 유리아, 박은석, 이상이 등 실력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3월 30일까지 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두 번째로 꼽는 공연은 6년만에 공연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보리스 파르네르나크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그래미상을 두 차례 거머쥔 작곡가 루시 사이먼의 음악으로 아름답게 표현된다.
이번 공연은 6년 전 초연에서 보여줬던 기하학적인 무대보다 주인공 지바고와 그의 연인 라라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박은태, 류정한, 전미도, 조정은, 강필석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5월 7일 샤롯데 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도 눈길을 끈다. 합스부르크의 황태자 루돌프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마리 베체라가 마이얼링의 별장에서 동반 자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프레더릭 모턴의 소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가 원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합스부르크의 화려한 왕실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 세트가 볼거리를 더한다. 또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은 애절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공연은 3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마지막으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다시 관객을 찾아온다. 조선 제 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였던 명성황후가 19세기 말 허약한 국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95년 초연 이래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등에서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가 됐다. 이번 뮤지컬 '명성황후'의 명성황후 역할에는 배우 김소연과 최현주, 고종 역할에는 양준모와 손준호, 그리고 박완이 캐스팅됐다. 공연은 3월 6일~4월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