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바톤은 3월 20일~4월 27일 쿤 반 덴 브룩의 개인전 ‘글로잉 데이(A Glowing Day)’를 연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제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벨기에 작가 쿤 반 덴 브룩의 신작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의 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랜 시간 체득을 통해 구체화된 구성법이다.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한 작가는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면서 마주한 도시의 모습을 스냅샷으로 촬영했다. 특히 미국의 드넓으면서도 황폐한 풍경이나 도로의 색감과 기하학적 구성에 주목해 온 작가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감직한 풍경과 구조물의 외형에 대한 관찰과 탐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왔다. 수백여 장에 달하는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친숙한 풍경에 새로운 시각을 투영하고, 고유한 미감으로 분할해 종국에 캔버스를 추상적으로 환원한다.
작가는 건축학 전공에 근거해 주로 도시 변두리에 산재된 도로 표지판, 주차장, 보도의 그리드, 아스팔트 균열, 그림자, 인터체인지, 교각, 도로 경계선 등의 기하학적 구조를 탐구한다.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는 장면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철저히 배제한 채 대상의 선과 면, 음만을 창의적으로 부각시킨 결과물은 생경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톤 다운된 컬러로 칠해 텅 비어있는 듯 보이는 배경 사이를 비선형적으로 가로지르는 강렬한 원색의 대각선은, 원본 사진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갤러리 바톤은 “작가는 프랑스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의 대담한 구성과 컬러, 벨기에 현대회화의 거장 뤼크 튀이먼의 미감을 동시에 취하면서도, 자신만의 추상성을 전개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실재와 은유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작가가 한국에서 3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은 동시대 유럽회화의 현주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가는 루벤가 톨릭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후 앤트워프 왕립 미술원, 네덜란드 브레다 아카데미 오브 비주얼 아트, HISK 플랜더스 등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의 작품은 SF MoMA, S.M.A.K, LACMA, 삼성미술관 리움 등 세계의 주요한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으며, 내년에 유럽 현대미술관 보자르(BOZAR)에서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