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대잔치라도 좋아. 지금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바로 그 말 한마디를 들려줘.” 유한숙 작가가 고달프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갤러리가 유한숙 작가의 개인전 ‘머릿속을 맴도는 말’을 8월 26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해 후회했던 말, 전하고 싶지만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는 말, 한 번쯤은 마음껏 소리쳐 보고 싶었던 말을 그려낸 작가의 회화 작품 35여 점을 선보인다.
그림에 등장하는 말은 다양하다. 혀로 글씨를 쓰고 있는 한 인물의 아래엔 ‘그림을 말로 그려요’라는 말이 적혔고, 두 귀가 고구마로 틀어 막힌 채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인물 아래엔 ‘고구마가 내 귀를 막고 있는 늑힘이야’라고 적힌 말이 눈길을 끈다. 또한 경계의 눈초리를 품은 인물 위에는 ‘고민하지마, 안 할 거잖아’ ‘그만두려거든 진작에 그만뒀어야지’ 등 날카롭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말들이 담겼다.
그림 속 말들은 작가가 평소 주변에서 수집한 말들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특징이 있다. 평소에 느끼지만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이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이 점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마치 그림 속 인물들과 솔직한 대화를 하는 느낌이랄까.
롯데갤러리 측은 “작가의 그림 속 인물들은 전하지 못한 그 말 한마디를 말함으로써 확인하게 될 작은 사실들에 불안해하거나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여린 모습의 또 다른 우리 자신과 놀랍도록 닮았다. 그 소심함으로 인해 무던히도 상처받고 때론 자신도 알지 못한 사이 우리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처주기 싫어 참았던 말이 오히려 상대방과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방이 할 대답이 두려워서 오히려 아끼던 이와 멀어졌던 아이러니의 연쇄 반응이야말로, 작가의 매일매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머릿속을 맴도는 말 사전’이 아닐까”라며 “어떤 말이라도 괜찮다. 작가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돌던 말들을 그림을 통해 전하듯,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 위한 첫 걸음을, 그 한마디로부터 시작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