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라이즈 호텔은 10월 17일~12월 9일 중국 실험 영화감독 쥐 안치의 개인전 ‘어 미씽 폴리스맨(a miissing policeman)’을 연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실험적 영상을 통해 비판적 시각으로 현대 사회를 사유해온 작가의 대표 영상 작품 4점을 선보인다.
작가 작품의 형식적 특징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연출 방식과 거침없는 카메라 움직임에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현대 사회를 다양한 은유적 소재를 통해 비추며 그 틈에서 발생하는 현대인의 공허함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첫 작품 ‘데얼스 어 스트롱 윈드 인 베이징(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2000)은 북경 거리를 헤매며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혀 변함없어 보이는 북경의 일상, 나아가 중국의 현실을 포착했다.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20여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 받았고, 이후 중국 실험 영화의 이정표가 됐다.
2002년 한 명의 배우와 단 둘이 40여 일 간 중국 신장을 횡단하며 촬영한 ‘포잇 온 어 비즈니스 트립(Poet on a Business Trip)’(2014)은 신장지역으로 떠난 한 시인의 고독한 여정을 담았다. 현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대본 없이 진행되는 제작 방식을 통해 전달되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은 작품에 다큐멘터리적 매력을 더한다. 현대인의 독립과 자유, 소통의 갈망을 솔직한 감수성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2015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장편 영화상, 같은 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 2016년 자그레브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사회구조에 대한 쥐 안치의 비판적 시선은 작품 ‘빅 캐릭터스(Big Characters)’(2015)에서 두드러진다. 영상은 신장 동부의 무인지대 근처에 돌로 쌓은 거대한 문자들을 비추며 시작하는 데, 이 문자들은 1968년 문화 혁명 당시 비밀 군사 공항을 위한 항로 표지로 사용됐던 것으로 문화혁명의 구호들을 담았다. 현재 구글 지도를 통해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문자들은 유토피아를 향한 당시의 갈망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기이한 을씨년스러움과 함께 과거의 상처를 전달한다.
이후 쥐 안치는 정부의 검열을 비꼬기라도 하듯, 중국 경찰이 감금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발표한다. ‘어 미씽 폴리스맨(A Missing Policeman)’(2016)은 1983년 문화 혁명 이후 삼엄했던 시기에 불법 행위로 연행될 위기에 처한 예술가들이 경찰을 진압하고 그를 33년 동안 감금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 속에서 실제 중국 비평가 및 예술가인 쩌 춘야, 왕 광이, 장 샤오강, 쉬 빙, 딩 이, 팡 리준 등이 본인의 역할로 등장한다.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감금된 경찰은 33년간의 감금 동안 비평가, 예술가들을 마주하며 동시대 예술에 대해 배우고, 이후에는 오히려 이미 저명한 예술가가 된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종의 ‘도인’과도 같은 인물로 변모한다. 해학이 가득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중국 현대미술이 흘러온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루고, 동시에 현대미술의 폐쇄성, 서구 의존도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